함초롬한 빛깔말

 빛깔말 - 감색유니폼


굽 높은 구두가 안 어울릴 만큼 감색 유니폼의 가는 몸매나 얼굴이 고등학생처럼 앳되 보였다

《함광복-할아버지 연어를 따라오면 한국입니다》(eastward,2002) 101쪽


 감색 1 : 잘 익은 감 빛깔

 감색 2 (紺色) : 검푸른 남색

 남색(藍色) : 푸른빛을 띤 자주색



  영어 ‘유니폼(uniform)’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1. = 제복(制服) 2. 운동복”으로 풀이합니다. ‘제복’이라는 한자말에 나오는 ‘制’는 ‘제도·규제·강제·규제·제약·제어·절제’ 같은 데에서 쓰는 한자입니다. 어떤 틀을 갖추어 이를 따르도록 하려는 자리에서 씁니다. ‘服’은 한국말로 ‘옷’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제복’이란 “틀에 맞추어 입히는 옷”입니다.


  ‘제복’이라는 이름으로 틀에 맞추어 입히려는 옷은 언제 어떻게 나타났을까요? 이른바 ‘군인옷(군복)’이 제복입니다. 정치권력을 거머쥔 이들이 궁궐에서 갖추어 입는 옷도 제복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라든지, 사람들을 한 가지 틀에 옭매려는 자리에서 ‘제복’을 입힙니다. 감옥과 군대와 학교와 회사에서 흔히 제복을 입히려고 하는데, 다 다른 사람을 모두 똑같은 틀에 맞추려고 하는 마음이 ‘옷차림’으로 나타난다고 할 만합니다.


  그리고, ‘운동복’이란, 말 그대로 ‘운동옷’입니다. 운동을 할 적에 입는 옷이니 ‘운동옷’입니다. 일할 적에 입는 옷은 ‘일옷’입니다. 놀이를 하며 입는 옷은 ‘놀이옷’입니다. 한국말이 아닌 한자말을 쓴다면, ‘작업(作業)’을 하면서 ‘작업복’을 입겠지요.


 감색 유니폼

→ 1. 감빛 옷

→ 2. 쪽빛 옷


  이 보기글에 나오는 ‘감색 유니폼’은 어떤 빛깔을 가리킬까요? 잘 익은 감알 빛깔은 아니리라 느낍니다. 일본 한자말인 ‘紺色’을 가리키리라 느낍니다.


 곤색(kon[紺]色) → 감색


  일본사람은 ‘紺色’에서 ‘紺’을 ‘곤’으로 소리냅니다. 이 일본말은 한국에 무척 넓게 스며들어서 아직도 ‘곤색’을 말하는 사람이 대단히 많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는 ‘곤색’이 아닌 ‘감색’으로 바로잡으라고 나오는데, ‘감색’으로 소리를 낸다고 하더라도 어떤 빛깔인지 또렷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아이들은 ‘감색’이라고 하면 “감알 빛깔”을 떠올릴 뿐, “검푸른 남색”을 떠올리지 못합니다.


 남색(藍色) : 푸른빛을 띤 자주색

 쪽빛 = 남빛

 남빛(藍-) : 짙은 푸른빛


  ‘남색’은 어떤 빛깔일까요? 한겨레는 먼 옛날부터 ‘쪽빛’을 말했습니다. 한국말사전에도 ‘쪽빛’이 나옵니다. 다만, 한국말사전은 “쪽빛 = 남빛”으로 풀이합니다. 다시 ‘남빛’을 찾아보면 ‘藍’이 바로 ‘남색’을 가리킬 적에 쓰는 한자입니다.


  ‘남빛’은 “짙은 푸른빛”이라 풀이하고, ‘남색’은 “푸른빛을 띤 자주색”이라 풀이하는 한국말사전입니다. ‘남빛’과 ‘남색’은 서로 다른 빛깔일까요? 아니면, 둘은 서로 같은 빛깔일까요? 아무래도 같은 빛깔이겠지요. 그러니까, “푸른빛을 띤 자주색”이든 “짙은 푸른빛”이든 모두 ‘쪽빛’이라는 한국말을 가리키는 빛깔 느낌인 셈입니다.


  우리는 ‘쪽빛’이라는 빛깔말을 쓰면 됩니다. 때때로 ‘가지빛’이나 ‘가지꽃빛’ 같은 빛깔말을 쓸 수 있습니다. ‘제비꽃빛’ 같은 빛깔말을 쓸 수도 있습니다. 눈을 환하게 뜨고 둘레를 찬찬히 살펴보면 온갖 빛깔이 곱게 펼쳐지는 모습을 기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4338.11.23.물/4348.5.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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