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초롬한 빛깔말

 빛깔말 : 씨앗빛


씨앗은 빛나는 검은색이었고, 통통하면서도, 반달처럼 끝이 매끄러웠습니다. 매력적이군, 하고 청년 동구는 생각하였습니다. 여인의 몸도 아닌데, 과일의 씨앗을 보고 이런 느낌을 가지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김곰치-발바닥 내 발바닥》(녹색평론사,2005) 208쪽



  씨앗 한 톨이 흙에 드리워야 싹이 트고 뿌리가 내립니다. 천천히 줄기가 오르면 잎이 돋고 꽃이 핍니다. 꽃가루받이를 마친 꽃은 천천히 시들고 어느덧 씨앗을 맺으면서 열매가 여뭅니다.


  처음에는 아주 조그마한 씨앗 하나입니다. 이 씨앗 하나가 수없이 많은 씨앗을 낳고, 온갖 열매를 베풉니다. 씨앗은 열매마다 가득하고, 열매 한 알은 수많은 씨앗을 거느리면서 새롭게 깨어나기를 기다립니다.


 씨앗빛 . 씨빛

 능금씨앗빛 . 능금씨빛


  한국말사전에는 ‘씨앗빛’이나 ‘씨빛’이라는 낱말이 없습니다. 따로 이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이 없어서 한국말사전에 이 낱말이 없다고 할 만하고, 국어학자나 식물학자도 한국말로 새로운 낱말을 지으려고 마음을 쓰지 않았다고 할 만합니다.


  능금씨나 배씨를 보면 까무잡잡합니다. 까만 씨앗인데, 반들반들 곱게 빛납니다. 감씨는 아주 짙은 흙빛이면서 반들반들 곱게 빛납니다.


  나팔꽃씨도 까맣고, 분꽃씨도 까맣습니다. 꽤 많은 씨앗이 까만 빛깔입니다. 그리고, 씨앗이 으레 까맣다고 하더라도 어떤 씨앗인가에 따라 ‘까만 결’이 저마다 다릅니다.


  까망을 가리키는 자리에서 ‘능금씨빛’이라든지 ‘배씨빛’이라든지 ‘나팔꽃씨빛’처럼 새로운 이름을 쓸 수 있습니다. 이런 빛깔말을 쓰면서 차츰 생각을 키워 보셔요. 이를테면 ‘포도씨빛’이라든지 ‘감씨빛’이라든지 ‘유채씨빛’이라든지 ‘수박씨빛’ 같은 빛깔말을 쓸 만합니다. 수박씨는 까맣기도 하지만 하얗기도 하니, ‘까만수박씨빛’하고 ‘하얀수박씨빛’ 같은 빛깔말이 더 나올 수 있습니다. 4338.9.5.달/4348.5.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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