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꿈



  한밤에 어떤 꿈을 꾸다가 퍼뜩 잠이 깬다. 한숨을 가늘게 몰아쉰다. 손을 뻗어 두 아이가 이불을 잘 덮고 자는지 살핀다. 작은아이는 이불을 걷어찼다. 이불을 여민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늘 내가 꾼 꿈은, ‘우리 집 살림이 아주 많이 힘들어서, 두 아이만 집에 두고 혼자 바깥일을 해서 돈을 벌러 나왔는데, 낮에 겨우 쉬는 짬을 내어 집에 전화를 거니, 집에서 아이들이 전화를 안 받아서 속을 태우고 태우다가 깨어난 꿈’이다. 여덟 살과 다섯 살 아이만 집에 두고서 바깥일을 보러 나올 수 있을까? 아이들은 슬기롭고 씩씩하게 잘 지내리라 생각하지만, 이런 꿈처럼 바깥일을 할 마음은 없다. 그런데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꿈에서 곁님은 멀리 배움길을 나가서 집에 없고, 나는 이래저래 곁님 배움삯도 마련하고 살림돈도 마련해야 해서 바쁜 몸이었다. 이제껏 수많은 꿈을 꾸었지만, 이 꿈만큼 가슴이 철렁하고 힘든 꿈은 없었다. 4348.5.2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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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5-28 09:25   좋아요 0 | URL
힘내세요.

숲노래 2015-05-28 09:59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늘 씩씩하니까
이 아이들을 기쁘게 바라보라는 꿈이었지 하고 느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