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48) -의 : 아빠의 감독 아래
모든 게 아빠의 감독 아래 되어 가고 있어. 아빠는 우리를 너무 쉽게 생각해
《귄터 그라스/장희창 옮김-암실 이야기》(민음사,2015) 196쪽
아빠의 감독 아래 되어 가고
→ 아버지가 감독해서 되어 가고
→ 아버지가 이끄는 대로 되어 가고
→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 되어 가고
→ 아버지 뜻대로 되어 가고
…
한자말 ‘감독(監督)’은 “일이나 사람 따위가 잘못되지 아니하도록 살피어 단속함”을 뜻합니다. ‘단속(團束)’은 “주의를 기울여 다잡거나 보살핌”을 뜻합니다. 그러니, ‘살피다’나 ‘보살피다’를 가리키려고 하는 ‘감독’인 셈인데, 이 보기글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헤아린다면, ‘아버지가 모든 일을 이끈다’라고 할 때에 가장 잘 어울리지 싶습니다.
“감독 아래”는 “감독 下에”처럼 쓰는 일본 말투에서 ‘下’만 ‘아래’로 바꾸어 적은 말투입니다. ‘下’가 아닌 ‘아래’로 적는다고 해서 한국말이 될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감독해서”처럼 적든지 “아버지가 이끌어서”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4348.5.24.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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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아버지가 이끄는 대로 되어 가네. 아버지는 우리를 너무 쉽게 생각해
“모든 게”는 “모든 일이”로 손보고, “가고 있어”는 “가”나 “가네”나 “가는구나”나 “가잖아”로 손봅니다. ‘아빠’는 ‘아버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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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50) -의 : 쌀의 최초 상태
쌀의 최초 상태는 벼다. 탈곡한 벼의 껍질을 방앗간에서 깎아내면 그제서야 쌀이 된다
《정혜경-밥의 인문학》(따비,2015) 316쪽
쌀의 최초 상태는 벼다
→ 쌀은 처음에 벼이다
→ 쌀은 맨 처음에 벼이다
→ 쌀은 벼에서 비롯한다
…
보기글을 보면 “최초 상태”로 적습니다. “최초의 상태”처럼 적지 않습니다. 이 대목은 반갑지만 바로 앞에서 ‘쌀 + 의’처럼 적은 대목이 아쉽습니다. 적어도 “쌀 최초 상태”처럼 적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쌀 최초 상태”라고 적어도 어딘가 어설픕니다. 이런 말은 안 쓰니까요. 벼에서 겨(쌀껍질)를 벗기면 쌀입니다. 그러니, 겨를 벗기지 않았으면 벼일 뿐이요, 쌀이 아닙니다. “쌀은 처음에 벼”인 셈입니다. 또는 “쌀은 벼에서 비롯한다”라 할 만합니다. 4348.5.24.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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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처음에 벼이다. 낟알을 떨군 벼를 방앗간에서 껍질을 깎아내면 그제서야 쌀이 된다
“최초(最初) 상태(狀態)는”은 “첫 모습은”이나 “처음에”으로 손질합니다. ‘탈곡(脫穀)한’은 “낟알을 떨군”으로 손봅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