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95] 오늘 아침에는 감꽃 주워 먹지

― 감꽃내음 맡으며 하루 열기



  우리 집 뒤꼍에 있는 감나무는 샛노란 감꽃을 피웁니다. 바야흐로 찔레꽃내음과 감꽃내음이 섞인 고운 바람이 온 집안을 감돕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뒤꼍을 거닐며 꽃내음과 풀내음을 맡다가 두 아이를 부릅니다. 안개랑 구름이 짙게 낀 날씨라 좀 쌀쌀한지, 아이들은 마당에도 안 나오고 마루를 뛰면서 놉니다. 자, 이제 바깥으로 나와서 뒤꼍에서 달리자구.


  작은아이는 장난감 자동차를 한손에 쥐고 뒤꼍으로 오릅니다. 아버지 뒤를 따라 풀포기를 가르면서 뒤꼍을 천천히 걷다가 큰돌 앞에 섭니다. “이 돌 들어 봐도 돼?” “들어 봐도 되는데, 다시 그 자리에 덮어야 해. 거기에 개미집이 있으니까.” “벌레하고 달팽이가 있어!” 뒤꼍에 미처 치우지 못한 큰돌이 있는 자리마다 개미집 구멍이 있습니다. 개미집 구멍 옆에는 달팽이집도 있고, 땅강아지집도 있습니다. 온갖 풀벌레가 뒤꼍에서 제 보금자리를 이룹니다.


  개미집과 벌레집이 생길 만큼 우리 집 뒤꼍이 찬찬히 살아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제법 오래 버려진데다가 쓰레기가 많이 파묻혔던 곳이라 풀이 마음껏 자라도록 하면서 묵히는 뒤꼍입니다. 몇 해에 걸쳐 여러 풀이 나고 지도록 한 끝에 요새는 달걀꽃이나 비름나물은 뒤꼍에서 돋지 못합니다. 올해에는 쑥만 신나게 오릅니다.


  감나무 밑에 섭니다. 쑥잎이랑 갯기름나물잎에 감꽃이 한 송이씩 떨어졌습니다. 아이들을 불러서 손

바닥에 하나씩 얹습니다. “이 꽃은 뭐야?” “먹어 봐.” “먹어도 돼?” “너희들 지난해에 이맘때쯤 날마다 이 꽃 먹느라 바빴어.” “그래?”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아이들은 감꽃이 떨어질 무렵 아침저녁으로 뒤꼍에서 감꽃을 주워서 먹었습니다. 한 해가 지나간 일이라 못 떠올릴까요? 앞으로 나이를 더 먹으면 해마다 이맘때에 감꽃을 주워 먹는 줄 몸으로 알 만할까요?


  대롱대롱 달린 앙증맞은 감꽃을 올려다봅니다. 감꽃은 바람이 안 부는 때에도 툭! 툭! 소리를 내며 떨어집니다. 한손으로 감꽃을 주워서 다른 한손에 모읍니다. 감꽃을 모으는 동안에도 어깨에 머리에 감꽃이 떨어집니다.


  끼니마다 한 줌씩 줍자고 생각합니다. 부엌으로 들어가서 그릇에 담습니다. 아침을 차리기 앞서 두 아이는 신나게 감꽃을 집어서 먹습니다. 노오란 꽃송이뿐 아니라 푸른 꽃받침도 함께 먹습니다. 감꽃맛은 꽃송이랑 꽃받침을 함께 먹을 적에 더욱 싱그럽고 상큼합니다.


  자, 오늘 아침도 꽃밥을 차려서 먹자. 즐겁고 신나게 먹고 새로운 기운을 내어 오늘 하루도 아름답게 누리자. 4348.5.2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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