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5.15.

 : 우리가 선 곳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 시골길이니 큰길로 다녀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 시골길인 터라, 어쩌다가 지나가는 자동차가 대단히 거칠다. 길에 다른 자동차가 없으니, 웬만한 자동차는 무시무시하게 내달리기 일쑤이다. 곧은길이건 굽이길이건 빠르기를 줄이지 않고 달리면서 건너편 찻길로 넘어가는 자동차가 아주 많다. 자전거를 길섶에 붙여서 달리다가도 큰길로 접어든 뒤 이런 자동차를 만나면 갑갑하다. 이들은 길섶에 붙어서 달리는 자전거를 살피지 않기 일쑤이고, 길섶을 걷는 사람도 살피지 않기 마련이다.


시골길을 달릴 적에 되도록 큰길로 나오지 않는다. 시골마을이지만, 큰길에는 나무도 없고 길섶도 좁으니, 자전거를 달리거나 걷는 즐거움을 누리기 어렵다. 요즈음 관광지마다 ‘걷는 길’을 새로 마련한다면서 애쓰는데, ‘걸을 만한 길’은 길그림에 금을 죽 그어서 이곳은 문화이고 저곳은 예술이고 그곳은 벽그림이고 꾸미기에 생기지 않는다. 꽃내음과 풀내음이 흐르면서 나무그늘이 있는 데가 걸을 만한 길이다. 걷다가 풀숲에 앉아서 다리를 쉬면서 풀벌레 노랫소리를 듣고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데가 걸을 만한 길이다.


논둑길로 에돌아서 면소재지를 다녀온다. 마을과 면소재지를 잇는 자리는 큰길이다. 논둑길 가운데 아스팔트를 깐 곳도 있다. 이런 곳을 지날 때면 쓸쓸하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데, 오늘은 때죽나무에 핀 고운 꽃을 보고, 논둑 한쪽에서 노랑괴불주머니꽃을 잔뜩 본다. 꽃내음이 물씬 퍼지는 곳에서 자전거를 한동안 세운다. 오월에 흐드러지는 꽃내음을 넉넉히 들이마신다. 나무가 자라는 곳이 늘어날 수 있기를 빈다. 우리가 서는 곳이 나무가 우거지는 자리가 되고, 우리가 사는 곳이 나무내음과 나무노래로 넘실거리는 보금자리가 되기를 꿈꾼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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