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495) 극極 1


안 그래도 콩쿨 피로가 극에 달할 때인데

《니노미야 토모코/서수진 옮김-노다메 칸타빌레 8》(대원씨아이,2004) 184쪽


 콩쿨 피로가 극에 달할 때인데

→ 콩쿨 피로가 하늘을 찌를 때인데

→ 콩쿨로 몸이 아주 힘들 때인데

→ 콩쿨로 몹시 고단할 때인데

 …



  외마디 한자말 ‘극(極)’을 빌어서 “極에 達하다”처럼 말할 적에는 “하늘에 닿다”나 “하늘을 찌르다”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이 보기글에서는 콩쿨을 치르면서 몸이 매우 지쳤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대로 “몸이 아주 지쳤다”고 하거나 “지쳐서 쓰러지려 한다”나 “매우 고단하다”처럼 적으면 됩니다.


 횡포가 극에 달하다 → 몹쓸 짓이 아주 끔찍했다

 슬픔이 극에 다다르다 → 슬픔이 하늘에 다다르다

 극과 극을 달려서 → 이 끝과 저 끝을 달려서


  ‘극(極)’은 “더할 수 없을 만큼 막다른 곳”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끝’이나 ‘벼랑’인 셈입니다. “극과 극을 달린다”는 말은 “끝과 끝을 달린다”는 소리요, “이 끝과 저 끝을 달린다”는 뜻입니다.


  “극에 달하다”와 비슷하게 ‘극단(極端)’이라는 한자말을 쓰는 분이 제법 있는데, 이 낱말은 “맨 끝”을 뜻합니다. 말뜻을 제대로 살피면 한국말로 어떻게 써야 올바르거나 알맞은가를 찬찬히 헤아릴 수 있습니다. 4339.4.25.불/4348.5.21.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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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콩쿨 때문에 몹시 고단할 때인데


‘피로(疲勞)’는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힘들다’나 ‘지치다’로 손질한 낱말입니다. 글흐름을 살펴서 ‘고단하다’나 ‘고달프다’나 ‘힘겹다’를 넣어도 됩니다. ‘달(達)하다’는 ‘이르다’나 ‘닿다’나 ‘찌르다’로 다듬습니다.



극(極)

1. 어떤 정도가 더할 수 없을 만큼 막다른 지경

   - 횡포가 극에 달하다 / 슬픔이 극에 다다르다 /

     그의 감정은 극과 극을 달려서 종잡을 수가 없다

2. 전지에서 전류가 드나드는 양쪽 끝

3. 자석에서 자력이 가장 센 양쪽의 끝

4. 구(球)에 그린 대원(大圓)이나 소원(小圓)의 중심을 지나고, 이 원이 만드는 평면에 수직인 구의 지름의 양 끝

5. 지축(地軸)의 양쪽 끝

6. 지구의 자전축이 천구(天球)와 만나는 점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70) 극極 2


그무렵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불편함 때문에 생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었다

《타이라 아이린/김남미 옮김-들어 봐요 호오포노포노》(판미동,2015) 154쪽


​ 극에 달해 있었다

→ 하늘을 찔렀다

→ 아주 대단했다

→ 끔찍하도록 컸다

→ 그지없이 끔찍했다

 …



  짜증이 나고 다시 짜증이 나면, 짜증이 쌓입니다. 또 짜증이 나는데 더 짜증이 나면, 그야말로 짜증이 커다란 짐덩어리처럼 어깨를 누릅니다. 마치 짜증덩이가 터질 듯하다고 할 만합니다.


  짜증이 하늘을 찌른다고 할 수 있고, 짜증이 아주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짜증스러운 마음이 끔찍하도록 컸다고 할 만하고, 짜증으로 하루가 그지없이 끔찍했다고 할 만해요. 4348.5.21.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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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무렵 말을 잘 나눌 수 없어 괴로웠기 때문에 늘 짜증이 하늘을 찔렀다


이 보기글에서 “말이 잘 통(通)하지 않는 불편(不便)함 때문에”는 글쓴이가 다른 나라에 있느라 서로 ‘다른 말’을 쓰느라 말을 나누기 어려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살펴서 “말을 잘 나눌 수 없어 괴로웠기 때문에”로 손질합니다. “생활(生活) 스트레스(stress)”는 “생활 짜증”이라는 소리인데, ‘살면서, 또는 지내면서 짜증만 있다’는 뜻인 만큼, “늘 짜증났다”나 “언제나 짜증스러웠다”로 풀어낼 만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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