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마실 마치고 집으로
아침 열한 시 오십 분 즈음 집을 나섰다. 오늘 나들이는 골짜기 다녀오기. 그런데, 골짜기에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다른 길로 돌아서 가 보자’는 곁님 말에 다른 길로 돌다가 이웃 호덕마을 앞까지 가고 말아, 어차피 온 김에 면소재지까지 가기로 한다. 면소재지까지 온 김에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읍내로 나온 김에 산들보라 다섯 돌째를 맞이한 선물을 하나 장만하고, 사름벼리 글그림판도 장만한다. 저녁으로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순대와 김밥을 먹고, 느긋하게 다시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온다. 바야흐로 집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바깥바람을 쐴 줄 몰랐다. 더군다나 작은아이까지 낮잠을 거르고 이렇게 잘 돌아다닐 줄 몰랐다. 두 아이가 제법 자랐기에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네. 마당에 있는 바깥물을 틀어서 발과 신을 씻긴 뒤 집으로 들여보낸다. 이야, 집이로구나. 다음에 우리 천등산 고갯마루도 넘을 수 있겠네? 기다렸어. 너희가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서, 우리 다리로 이 시골자락을 마음껏 누비는 날을 기다렸어.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내린 뒤, 집으로 달려가는 산들보라 뒷모습이 대견하다. 4348.5.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