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에 타죽는 소리쟁이



  만화영화 〈바다노래(song of the sea)〉를 보면, 오빠 벤이 누이 시얼샤를 업고 쐐기풀밭을 걸어가다가 다리가 온통 부어오르는 모습이 나온다. 오빠 벤은 누이가 쐐기풀이 쓸리지 않도록 마음을 써 주었다. 그러니까, 오빠 혼자서 쐐기풀밭에서 살갗이 죄 쓸렸다. 누이 시얼샤는 오빠 다리를 보더니 살그머니 바깥으로 나가서 소리쟁이잎을 뜯어 온다. 그러고 나서 오빠 다리를 소리쟁이잎으로 살살 문질러 준다. 오빠 벤은 몹시 기뻐하면서 누이를 고마이 여긴다. 이 대목을 살피면, 만화영화 흐름에서 벤과 시얼샤라는 두 아이는 쐐기풀이 어떤 풀인지 알고 소리쟁이도 어떤 풀인지 아는 셈이다.


  소리쟁이잎은 대단히 맑으며 싱그러운 맛이 도는 멋진 풀 가운데 하나이다. 새봄에 소리쟁이잎이 돋으면 얼른 훑어서 먹어야 하는데, 왜 그러는가 하면, 풀벌레도 소리쟁이잎이 아주 맛난 줄 알기 때문이다. 풀벌레가 아직 덜 깨어났다면 소리쟁이잎이 말짱하지만, 풀벌레가 하나둘 깨어나면 소리쟁이잎부터 구멍투성이가 나다가는 잎줄기까지 남기지 않고 사라지기 일쑤이다.


  요즈음 시골마을에서는 소리쟁이잎을 훑어서 먹는 할매나 할배가 매우 드물다. 힘이 들고 바쁘시니까 소리쟁이잎까지 훑을 겨를이 없으리라. 그런데, 이 소리쟁이잎은 살갗에 부어오르거나 간지럼 때문에 애먹는 사람 누구한테나 크게 좋다. 이를테면 요즈음 아토피 때문에 애먹는 아이들은 이 소리쟁이잎을 살갗에 바르면 간지럼이나 부스럼이 차분히 가라앉을 수 있다. 마을 어르신들도 이를 알기는 아실 텐데, 소리쟁이잎이 마을 어디에나 밭둑이고 논둑이고 무럭무럭 자라는데, 아무도 안 쳐다보신다. 그저 농약을 듬뿍 쏟아부어서 태워 죽인다. 맛난 나물이면서 놀랍고 고마운 약인 소리쟁이는 어느 시골을 가 보아도 끔찍하게 타죽기 일쑤이다. 안쓰러워서 소리쟁이 꽃대를 가만히 어루만지면서 말한다. “얘야, 예쁜 아이야, 괜찮아. 다음에 새롭게 태어나서 푸르게 빛나렴.” 4348.5.1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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