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80. 능구렁이 사는 집 (2014.5.12.)



  해마다 ‘우리 집 뱀’을 본다. 다만 한두 차례 얼핏 볼 뿐, 찬찬히 지켜보기는 쉽지 않다. 아무래도 뱀이 사람을 꺼리고, 사람이 뱀을 꺼리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 집에서 뱀이 함께 산다면, 뱀이 잡아먹을 만한 작은 짐승이나 제법 큰 풀벌레가 있기 때문일 테지. 올해에는 능구렁이를 본다. 이 능구렁이를 예전에도 보았을까? 제법 큰 몸이니 여러 해를 살았을는지 모른다. 우리 집을 얼씬거리는 쥐를 잡아먹어 주었을 테고, 우리 집에 깃든 개구리도 잡아먹었겠지. 아마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 터에서 이곳 사람들하고 함께 살아온 숨결이라고 느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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