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능구렁이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다녀오는 길에는, 큰자전거와 샛자전거와 수레를 한몸에 붙인 자전거를 탄다. 큰아이 자전거는 집에 두는데, 덮개로 씌워 놓고 나간다. 이렇게 해야 햇볕에 자전거가 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서 큰아이 자전거를 처마 밑으로 옮기려 하는데, 능구렁이 한 마리가 떡 하니 나타난다. 아아, 그렇구나. 엊그제 비가 억수로 쏟아져서 풀밭이 너한테는 안 좋았겠구나. 그러니 네가 여기에서 몸을 말리면서 쉬었구나. 시멘트바닥이 따끈따끈하고, 덮개까지 위에 있으니 햇볕이 이곳에 내리쬘 적에 몹시 따스했겠구나.


  능구렁이를 한참 바라본다. 가까이 다가서도 가만히 있는다. 너도 여기에 우리가 사는지 알지? 너를 만나서 반갑구나. 너는 우리 집에서 개구리도 지네도 쥐도 다 잡아먹을 테지? 다른 데 가지 말고 우리 집 둘레에서 살렴. 다른 데로 나가면 농약 때문에 죽는단다. 괜히 다른 논에 있는 개구리를 잡아먹지 마. 논개구리는 농약에 찌들어서 곧 죽을 목숨이니까, 그런 아이는 먹지 말렴. 4348.5.1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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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5-14 11:49   좋아요 0 | URL
무서워요

숲노래 2015-05-14 14:20   좋아요 0 | URL
능구렁이는 안 무섭습니다. 독도 없고. 귀여운 아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