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611) 길바늘
나침반(羅針盤) : 항공, 항해 따위에 쓰는 지리적인 방향 지시 계기
나침(羅針) = 지남침(指南針)
지남침(指南針) : 자침으로 항상 남북을 가리키도록 만든 기구
자침(磁針) : 중앙 부분을 수평 방향으로 자유로이 회전할 수 있도록 한 작은 영구 자석
지침(指針) : 지시 장치에 붙어 있는 바늘
‘나침반’을 하나 장만해서 아이들이 갖고 놉니다. 큰아이가 “요기 바늘이 흔들흔들 돌아가는 이건 뭐야?” 하고 묻기에,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나침반’이라고 먼저 말하고 말았습니다. 말을 하고 난 뒤에 아차 싶었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아이한테 먼저 “자, 네가 보기에 이것은 이름이 무엇일까?” 하고 한 번 묻고는 이름을 알려주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나침반’이라는 이름을 자꾸 잊습니다. 스무 차례도 쉰 차례도 넘게 이름을 잊어서 다시 묻습니다. 백 차례 넘게 알려주어도 ‘남침반’이나 ‘낭칭반’처럼 잘못 말하기 일쑤입니다. 아이들이 어려서 이름을 제대로 못 알아차릴 수도 있으나, 아무래도 ‘나침반’이라는 이름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느껴, 이 낱말을 찬찬히 뜯어 보자고 생각합니다.
먼저, ‘나침반’은 바늘이 있어서 어느 한곳을 가리킵니다. 나침반이 바늘로 가리키는 곳은 꼭 한곳이요, 이 한곳을 바탕으로 새·하늬·마·높(동서남북)을 가릅니다. 그러니까, 사막처럼 아무것에도 기댈 수 없는 데에서는 ‘길(어느 한곳)을 알려주는 바늘’을 믿고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길바늘
길알림바늘
길잡이바늘
길동무바늘
한국말사전에서 ‘나침반’이나 ‘지남침’ 같은 낱말을 찾아봅니다. ‘방향’을 가리키는 ‘바늘’을 두고 ‘나침반·지남침’ 같은 이름을 붙였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그러면, 한국에서는 이 연장을 가리켜 ‘길알림바늘’이나 ‘길잡이바늘(길라잡이바늘)’ 같은 이름을 붙일 만했습니다. 짧게 ‘길바늘’ 같은 이름을 붙여도 잘 어울립니다.
이제 우리 집 아이들한테 새로운 이름을 하나 알려줍니다. “자, 이것은 ‘길바늘’이야. 길을 알려주는 바늘이지. 그리고 ‘나침반’이라고도 해.” 이 말을 들은 큰아이는 “‘길바늘’? 아, 길바늘. 그렇구나. 길을 알려주는 바늘이구나. 시계에도 바늘이 있는데.” 4348.5.1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