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만에 기저귀 삶기
여러 해 만에 기저귀를 삶는다. 곁님 동생이 지난달에 아기를 낳았다. 곁님 동생이 아기를 돌보면서 쓰도록 보내려고 천기저귀 열 장을 삶고, 기저귀싸개 둘을 삶으며, 기저귀띠 하나를 삶는다. 기저귀를 석 장씩 삶는 동안 다른 기저귀와 기저귀싸개는 마당에 널어서 햇볕을 먹인다. 햇볕을 골고루 먹고 잘 마른 기저귀를 곱게 갠다. 마지막으로 기저귀를 삶아서 널 즈음, 이웃집에서 마늘밭에 농약을 뿌린다. 마침 바람이 우리 집 쪽으로 분다. 다른 날도 아니고 이런 날 농약을 뿌린담 하고 생각하다가, 이웃집에서는 오늘이 아니면 마늘밭에 농약을 뿌리기 어려웠다고 여겼겠지 하고 느낀다. 나쁠 일이 없고 다 잘 될 테니 걱정은 내려놓자고 마음을 먹는다. 이웃집은 농약을 얼마 안 뿌리고 돌아간다. 그나저나 오늘은 금요일이라서 우체국 택배로 경기도 일산에 보낸다 하더라도 다음주 월요일에나 받을 수 있다. 시골에는 우체국 아니면 택배로 보낼 길이 없다. 두 아이를 이끌고 천기저귀를 일산에 가져다주는 마실길을 가야 할까? 갓난쟁이는 하루가 바쁘게 천기저귀를 대야 샅이 짓무르지 않을 테니, 찻삯이나 품이 들더라도 이 길밖에 없으리라. 그러면 찻삯은 어떻게 하지? 돈이 나올 뾰족한 수는 없지만, 이 천기저귀를 하루 빨리 일산에 가져다줄 길을 생각해 본다. 햇볕아, 바람아, 꽃내음아, 이 천기저귀에 너희 고운 숨결을 실어 주렴. 새로 태어난 아기한테 너희 맑은 넋을 베풀어 주렴. 4348.5.8.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빨래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