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나무 몽우리와 거미



  우리 집 장미나무에 몽우리가 맺힌다. 아주 천천히 천천히 맺힌다. 동백나무 몽우리는 겨우내 맺힌 뒤 봄에 바야흐로 터지는데, 장미나무 몽우리는 봄이 이슥해서야 비로소 맺히면서 여름을 앞두고 활짝 터진다. 비가 오되 바람이 없는 날 낮에 가만히 장미나무를 바라본다. 장미나무 몽우리를 곰곰이 들여다본다. 아주 조그마한 풀거미가 장미나무 몽우리 둘레를 기어다닌다. 거미는 얼마나 작은지 아기 손톱보다 더 작다.


  가만히 보면 조그맣디조그마한 풀벌레가 참 많다. 여느 풀벌레도 거미도 참으로 작다. 풀숲에 쪼그려앉아서 꼼짝하지 않고 지켜보면 아주 조그마한 풀벌레가 풀잎에 앉아서 나를 살펴보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커다란 사람이 풀숲에 쪼그려앉으니 작은 풀벌레들이 깜짝 놀라서 두근거리면서 나를 살펴본다. 때로는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풀벌레도 있으니, 이 아이들은 내가 손가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튕기면 화들짝 놀라서 죽은 듯이 가만히 있기도 한다.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름다움은 멀리 있을까. 아름다움은 커다란 꽃밭이나 뜰 같은 곳에 있을까. 아름다움은 부잣집 마당에 가야 있을까. 아니면, 우리 둘레에 흔한 작은 풀숲에 있을까. 비가 오는 날 풀숲을 거닐면 온몸이 빗물과 빗내음으로 젖는다. 4348.5.7.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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