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알 바라보기
매화꽃이 졌으니 매화알이 익는다. 작은 꽃이 졌으니 작은 알이 맺는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알이지만, 차츰 굵는다. 어떤 열매도 처음에는 모두 조그맣다가 차츰 굵는다. 길다란 오이도 오이꽃이 져서 처음 익을 무렵에는 참으로 작다. 커다란 박도 박꽃이 진 뒤 비로소 열매가 익을 무렵에는 대단히 작다. 사람을 빚는 씨앗도 맨 처음에는 더없이 작다. 알찬 열매로 익기까지 모두 조그마한 씨앗이요 꽃이다. 푸르게 우거지는 잎은 열매가 잘 맺도록 기운을 북돋운다. 매화잎은 날마다 짙푸르게 거듭나고, 매화알도 날마다 단단하게 여문다. 4348.5.2.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