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선물
해질녘이 되어 마당에 나가서 빨래를 걷는다. 지는 볕이 곱고 따스하다. 문득 우체통이 궁금하다. 아까 빨래를 널다가 우체국 오토바이 소리를 들었다. 오늘 뭔가 왔는가 싶어 대문 밖으로 나가서 살피니 책이 한 권 있다. 창원에서 온 소포이다. 누가 어떤 책을 보냈는가 하고 봉투를 뜯으니, 표성배 님이 얼마 앞서 새로 선보인 시집이다.
이 시집은 새로 나온 지 며칠쯤 되었을까. 표성배 님은 따끈따끈한 시집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 주셨을까. 표성배 님을 뵌 일은 없고, 지난해에 이녁 시집 가운데 《기찬 날》을 읽은 느낌을 글로 쓴 적이 있다. 내 책상맡에는 이녁 시집 《저 겨울산 너머에는》이 아직 덩그러니 놓였다. 이 시집을 다 읽고도 아직 느낌글을 갈무리해 놓지 못했다.
《은근히 즐거운》이라는 이름이 붙은 새로운 시집을 살살 쓰다듬는다. 푸르스름한 옷을 입은 시집을 곧 읽을 수 있구나. 선물받은 시집을 품에 안고 아이들하고 논다. 이제 곧 저녁밥 지을 때로구나. 4348.4.27.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