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머금은 유채꽃
이틀 동안 비가 내린다. 비가 멎을 듯하면서도 멎지 않는다. 저녁 다섯 시가 넘어설 무렵, 바깥바람을 쐬며 하늘을 보려고 마당에 섰다가 유채꽃과 갓꽃마다 잔뜩 매달린 빗물방울을 본다. 처마 밑까지 꽃대를 뻗은 유채꽃이랑 갓꽃에는 빗물방울이 안 붙고, 하늘을 고스란히 바라보는 유채꽃이랑 갓꽃에는 빗물방울을 주렁주렁 매단 채 얌전히 있다. 바람 한 점조차 없구나. 바람이 아주 조금만 불어도 살랑살랑 흔들릴 텐데.
바람이 없이 고요한 봄날 저녁에 노란 꽃내음을 맡는다. 한참 동안 바람 한 줄기 없이 조용한 봄날 저녁에 제비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노란 꽃내음을 듬뿍 마신다. 빗물에 어리는 꽃내음이 무척 짙다. 4348.4.2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