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제비
제비가 돌아온다. 봄이 되었기에 제비가 돌아온다. 요즈음은 이 봄에 제비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사람은 얼마 없을 수 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제비가 돌아오려면 처마가 있어야 하고, ‘빌린 집’이 아닌 ‘내 집’이어야 한다. 내 집이 아니고서야 처마 밑 제비집을 그대로 둘 수도 없을 테고, 여러 사람이 어우러지는 층집이라면 제비가 깃들 만한 자리가 없다고 할 만하다. 제비가 먹이를 찾기 어려운 도시에 제비가 돌아가기는 힘들 테지만, 먹이 못지않게 ‘보금자리 틀 곳’을 찾기가 훨씬 힘들리라 느낀다.
우리 집 제비는 알을 깐 뒤부터 바쁘다. 아직 알을 까지 않았을 적에는 둥지를 한참 비우고 훨훨 날아다니더니, 알을 까서 새끼가 나오니, 그야말로 쉴 틈이 없이 돌아다닌다. 새끼가 잠들었다 싶을 무렵에 어미 제비가 둥지에 함께 모여서 날개를 쉴 뿐, 여느 때에는 그야말로 바삐 날아다닌다. 날갯짓만큼 빠르게 조잘거리는 노랫소리를 함께 듣는다. 4348.4.20.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