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75) 덕분


크릭터는 잘 먹은 덕분에, 키도 더욱 길어지고 힘도 더욱 세졌어

《토미 웅거러/장미란 옮김-크릭터》(시공주니어,1996) 11쪽


 잘 먹은 덕분에

→ 잘 먹었기 때문에

→ 잘 먹어서

→ 잘 먹었기에

 …



  한자말 ‘덕분(德分)’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뜻한다고 합니다. ‘은혜(恩惠)’는 “고맙게 베풀어 주는 신세나 혜택”을 뜻한다고 합니다. ‘신세(身世)’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거나 폐를 끼치는 일”을 뜻하고, ‘혜택(惠澤)’은 “은혜와 덕택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뜻한다고 합니다. ‘폐(弊)’는 “남에게 끼치는 신세나 괴로움”을 뜻하고, ‘덕택(德澤)’은 “= 덕분”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덕분’이라는 한자말은 여러 한자말을 돌고 돌아서 다시 ‘덕분’으로 갑니다. ‘덕분 = 덕분’으로 풀이하는 오늘날 한국말사전인 셈입니다.


  그래도 이모저모 따지고 보니, ‘덕분·은혜·신세·혜택·폐·덕택’ 같은 한자말은 ‘도움’이나 ‘고마움’을 가리키는 자리에서 쓰는 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나한테 고마움을 베푸는 일을 가리키는 한자말이고, 내가 누구를 돕는 모습을 나타내는 한자말입니다.


 선생님 덕분에

→ 선생님 때문에

→ 선생님이 도우셔서

→ 선생님이 계셔서

 덕분에 좋은 구경 했습니다

→ 고맙게 좋은 구경 했습니다

→ 도움 받아 좋은 구경 했습니다


  선생님이 ‘도우셔서’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힘이 되어’ 주었으니 어떤 일을 잘 합니다. 선생님이 ‘계시기’만 해도 크게 힘이 됩니다. 누군가 우리를 이끌어서 좋은 구경을 합니다. 도움을 받아서 좋은 구경을 하고, 고맙게 좋은 구경을 해요.


 두 형님 덕분입니다

→ 모두 형님 때문입니다

→ 모두 형님 힘입니다

→ 모두 형님이 도와서입니다

 그동안 걱정해 준 덕분에

→ 그동안 걱정해 주셔서

→ 그동안 걱정해 주셨기에

→ 그동안 걱정해 주셨기 때문에


  한자말 ‘덕분’을 줄여서 ‘덕(德)’으로 쓰기도 하는데, 이때에도 차근차근 한국말로 손질해 주면 됩니다. 말흐름에 녹이면 돼요. 말결을 알맞게 살피면 됩니다. 4348.4.18.흙.ㅎㄲㅅㄱ



덕분(德分) :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 선생님 덕분에 대학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

     덕분에 좋은 구경 했습니다 / 제가 잘된 것은 모두 형님 덕분입니다 /

     그동안 걱정해 준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71) 사모


실버 부인이 바로 호피 씨가 남몰래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호피 씨는 벌써 수년 전부터 그저 베란다에서 내려다보기만 하면서 실버 부인을 사모하고 있었다

《로알드 알/지혜연 옮김-아북거 아북거》(시공주니어,1997) 14쪽


 실버 부인을 사모하고 있었다

→ 실버 씨를 사랑했다

→ 실버 씨를 사랑해 왔다

→ 실버 씨를 사랑하며 지냈다

 …



  한자말 ‘사모(思慕)’는 “1. 애틋하게 생각하고 그리워함 2. 우러러 받들고 마음속 깊이 따름”을 뜻한다고 해요. 이 보기글을 보면, 앞쪽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라 말하고, 뒤쪽에서는 “사모하고 있었다”라 말합니다. 한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은 앞과 뒤가 똑같으니, 앞뒷말은 똑같은 뜻으로 쓴 셈입니다.


 사모의 정 → 그리운 마음 / 그리워하는 마음

 사모하는 사람 → 사랑하는 사람 / 그리운 사람

 사모하고 존경하는 정 → 깊이 따르며 섬기는 마음

 부처님을 사모하는 마음 → 부처님을 헤아리며 섬기는 마음


  ‘그리움’과 ‘사랑’은 다릅니다. 두 낱말은 다른 자리에 다르게 써야 합니다. 다만, 이 보기글에서는 어느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좋아하’고, ‘그리워’ 하며, ‘사랑한다’고 말하려 합니다. 그러니, 이런저런 낱말을 여러모로 섞어서 쓸 만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 자리에서는 “실버 씨를 마음 깊이 생각해 왔다”라든지 “실버 씨를 애틋하게 그리워 했다”처럼 손질할 만합니다. 앞말과 뒷말 모두 ‘사랑’이라 적든지, 뒤쪽은 ‘깊이 생각하다’나 ‘그리워하다’로 적든지 해야 알맞습니다.


 그에 대한 사모의 마음이 간절하다

→ 그를 그리는 마음이 애틋하다

→ 그를 애타게 그리워한다


  ‘사모’라는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써야 할 테지만, 이런 한자말은 어린이한테 너무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한국말로 ‘그리다’가 있고 ‘애틋하다’나 ‘애타다’나 ‘애끓다’나 ‘애끊다’가 있어요. 이 나라 어린이는 한국말을 알뜰살뜰 배워서 때와 곳에 알맞게 슬기롭게 쓸 수 있기를 빕니다. 4348.4.18.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실버 씨가 바로 호피 씨가 남몰래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호피 씨는 벌써 여러 해 앞서부터 그저 툇마루에서 내려다보기만 하면서 실버 씨를 사랑해 왔다


“실버 부인”이라는 말은 알맞지 않습니다. ‘부인(夫人)’이나 ‘부인(婦人)’ 모두 혼인한 여자를 가리킵니다. ‘핫어미’를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쓰는 말은 틀리지요. 이 글월에 나오는 두 사람은 혼인을 안 한 사람이거든요. 남자를 ‘호피 씨’로 적듯이 여자도 ‘실버 씨’로 적어야 합니다. 아니면, ‘호피 아저씨’나 ‘실버 아주머니’로 적어 줍니다. “수년(數年) 전(前)부터”는 “여러 해 앞서부터”로 손질하고, ‘베란다(veranda)’는 ‘툇마루’나 ‘쪽마루’로 손질합니다.



사모(思慕)

1. 애틋하게 생각하고 그리워함

   - 사모의 정 / 그에 대한 사모의 마음이 간절하다 / 사모하는 사람

2. 우러러 받들고 마음속 깊이 따름

   - 학문적으로 사모하고 존경하는 정이 깊었다 / 부처님을 사모하는 마음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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