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씨 들여다보기



  마당 한쪽 갈라진 시멘트바닥을 뚫고 돋은 제비꽃 한 포기에 씨주머니가 맺힌다. 아직 여물지 않은 해맑은 씨알이 살짝 보인다. 이 씨알이 여물면 짙은 밤빛으로 바뀐다. 아니, 밤알은 밤나무 열매이니까, 짙은 흙빛이라고 해야 할까. 곰곰이 살피면, 무척 많은 씨앗과 열매가 흙빛을 닮는다. 옅은 흙빛이건 짙은 흙빛이건 맑은 흙빛이건, 사람한테 고운 숨결로 스며드는 풀알과 나무알은 흙을 닮는다. 흙에 뿌리를 내리면서 자라는 풀과 나무이니까, 열매(알)가 흙빛을 닮는 셈이라 할 수 있다. 손가락을 뻗어 제비꽃씨 덜 여문 씨주머니를 살펴본다. 씨알도 작고 씨주머니도 작다. 4348.4.18.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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