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387) 심층적 1


우리는 각 주제들을 더욱 심층적으로 다룬 책들을 여러분에게 소개할 것이다

《제임스 브루지스/정지인 옮김-지구를 살리는 50가지 이야기 주머니》(미토,2004) 12쪽


 더욱 심층적으로 다룬 책

→ 더욱 깊이 다룬 책

→ 더욱 깊숙하게 다룬 책

→ 더욱 꼼꼼하게 다룬 책

→ 더욱 낱낱이 다룬 책

→ 더욱 차근차근 다룬 책

 …



  한국말사전에는 ‘심층적’이라는 낱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낱말을 쓰는 분이 꽤 많습니다. 한자말 ‘심층’은 ‘깊은 곳’이나 ‘깊숙한 곳’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깊은 곳’이나 ‘깊숙한 곳’처럼 쓰면 됩니다.


 바다의 심층 → 바다 밑바닥 / 바다에서 깊은 곳

 심층 취재 → 깊은 취재 / 밑바닥 취재

 내 마음의 심층 → 내 마음 깊은 곳


  “바다의 심층”이라면 “바다 밑바닥”이 되겠지요. ‘바닷바닥’ 같은 낱말을 새로 지을 수도 있어요. 땅에서는 ‘땅바닥’이니까요. 게다가 ‘심층’ 같은 한자말을 섣불리 쓰기 때문에 “심층은 수심의 깊이에 따라” 같은 엉성한 말까지 나타납니다. ‘수심(水深)’은 “물깊이”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수심의 깊이”는 “물깊이의 깊이”인 꼴이고, “심층은 수심의 깊이에 따라”는 “깊은 층은 물깊이의 깊이에 따라”인 꼴이에요. 도무지 말이 될 수 없습니다.


 심층은 수심의 깊이에 따라 수온이 차차 낮아진다

→ 바닷바닥은 물깊이에 따라 온도가 차츰 낮아진다

→ 밑자리는 물깊이에 따라 온도가 차츰 낮아진다


  한 마디씩 꼼꼼하게 살피지 않으면 말을 엉터리로 쓸 수 있습니다. 한자말을 쓰느냐 마느냐라든지 ‘-적’을 쓰느냐 마느냐 같은 이야기를 넘어서, 말을 말답게 쓰느냐 마느냐를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4338.12.20.불/4348.4.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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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이야기를 더욱 깊이 다룬 책을 여러분한테 알려주려 한다


“각(各) 주제(主題)들”은 “주제마다”나 “이야기마다”나 “모든 이야기”로 손봅니다. “여러분에게 소개(紹介)할 것이다”는 “여러분한테 알려주려 한다”나 “여러분한테 이야기하겠다”나 “여러분한테 밝히려 한다”로 손질합니다.



심층적 : x

심층(深層)

1. 사물의 속이나 밑에 있는 깊은 층

   - 바다의 심층 / 심층은 수심의 깊이에 따라 수온이 차차 낮아진다

2.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물이나 사건의 내부 깊숙한 곳

   - 심층 취재 / 심층 보도 프로그램 / 내 마음의 심층에 있었던 것 같아

..



 '-적' 없애야 말 된다

 (916) 심층적 2


게다가 박수근의 미망인마저 세상을 뜬 후여서 화가를 심층적으로 파 보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박용숙-박수근》(열화당,1979) 3쪽


 심층적으로 파 보려는 

→ 깊이 파 보려는

→ 깊은 곳까지 파 보려는

→ 속속들이 파 보려는

→ 남김없이 파 보려는

→ 차분히 파 보려는

 …



  언론에서는 ‘심층 취재’를 한다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심층적 취재’라고는 쓰지 않지만, ‘심층’이라는 한자말을 생각해 보면, ‘깊은’을 뜻하는 만큼, ‘깊은 취재’나 ‘깊이 있는 취재’나 ‘깊이 파고든 취재’쯤으로 다듬어 쓸 수 있어요.


  “심층적으로 파 보려는”과 비슷한 말투로 “심도(深度) 있게 파 보려는”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심도’도 ‘심층·심층적’과 마찬가지로 ‘깊음’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한국말 ‘깊음(깊다·깊은)’을 잘 살려서 쓰면 넉넉합니다.


  깊이 판다고 할 적에는 속속들이 판다고 할 수 있고, 남김없이 파거나 모두 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숨김없이 파거나 낱낱이 판다고도 할 수 있어요. 4340.6.27.물/4348.4.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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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박수근한테는 곁님마저 이승을 뜬 뒤여서 이녁을 깊이 파 보려는 일을 그만두지 않을 수 없었다


‘미망인(未亡人)’은 ‘홀어미’로 다듬을 낱말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박수근의 미망인마저”를 “박수근한테는 곁님마저”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세상(世上)을 뜬 후(後)여서”는 “이승을 뜬 뒤여서”로 손보고, “파 보려는 노력(努力)을”은 “파 보려는 일을”로 손보며, ‘포기(抛棄)하지’는 ‘그만두지’나 ‘그치지’나 ‘멈추지’로 손봅니다.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않을 수 없었다”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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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705) 심층적 3


직접 피해자인 농민들 이야기나 국민들이 쌀 개방과 관련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파고들지 않습니다

《김덕종·손석춘-식량 주권 빼앗겨도 좋은가?》(철수와영희,2014) 20쪽


 심층적으로 파고들지

→ 깊이 파고들지

→ 깊숙히 파고들지

→ 파고들지

→ 깊이 살피지

→ 깊숙히 살펴보지

 …



  ‘파고들다’라는 낱말은 “깊숙이 들어가다”를 뜻합니다. 그래서 ‘깊은 층’을 가리키는 한자말 ‘심층’을 넣어서 “심층적으로 파고들지”처럼 쓰면 “깊이 깊이 들어가다” 꼴이 됩니다.


  말뜻이 겹치더라도 일부러 “깊이 파고들지”처럼 쓸 수 있으나, “파고들지”라고만 적어도 넉넉합니다. 그리고, ‘깊이’나 ‘깊숙히’ 같은 낱말을 넣으려 하면 “깊이 살피지”나 “깊숙히 살펴보지”처럼 쓰면 돼요. 4348.4.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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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피해를 보는 시골사람 이야기나, 사람들이 쌀 개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깊이 살펴보지 않습니다


‘직접(直接)’은 ‘곧바로’나 ‘바로’로 손봅니다. ‘농민(農民)’이나 ‘국민(國民)’은 그대로 둘 수 있을 테지만, ‘농사꾼’이나 ‘사람’으로 손볼 수 있고, ‘농민’은 ‘시골사람’이나 ‘흙지기’나 ‘시골지기’로 손보아도 됩니다. “쌀 개방과 관련(關聯)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쌀 개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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