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의 새 - WILD BIRD
김수만 지음 / 아카데미서적 / 1988년 8월
평점 :
절판






따순 손길 기다리는 사진책 45



숲에서 노래하는 새와 함께

― 자연속의 새

 김수만 사진

 아카데미서적 펴냄, 1988.8.1.



  숲에는 온갖 새가 있습니다. 숲이기에 온갖 새가 서로 어울리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숲에는 나비가 있으니 나비 애벌레가 있습니다. 숲에는 불나비가 있기에 불나비 애벌레가 있습니다. 숲에는 나무뿐 아니라 풀이 우거져서 풀벌레가 있습니다. 애벌레와 풀벌레가 많을 뿐 아니라 나무열매도 많은 숲입니다. 숲이라는 곳은 새가 살기에 아주 좋은 터전입니다. 게다가 숲을 살찌우는 냇물이 흘러요. 냇물에는 물고기가 살아요. 멧새는 숲에서 먹이와 물을 넉넉히 누립니다. 보금자리도 알뜰히 여밉니다.


  도시에는 어느 새도 살기 어렵습니다. 도시에서 살아남는 새는 아주 대단합니다. 얼마 안 되는 먹이를 견딜 뿐 아니라, 새를 괴롭히는 온갖 사람들한테서 버티고 견디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시달리고 또 시달리면서도 도시를 떠나지 않으니 참으로 대단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새가 왜 시골로 안 가고 도시에 남느냐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는 도시 모습을 보여줄 뿐이지, 얼마 앞서까지만 해도 모두 시골이었던 터전입니다. 그러니까, 새로서는 아득히 먼 옛날부터 바로 그곳에서 둥지를 틀고 서로 이웃이 되어 살았습니다. 사람들은 새한테서 고향을 빼앗은 셈이요, 삶과 사랑을 모두 짓밟은 꼴입니다. 고향도 삶도 보금자리도 사랑도 빼앗긴 새이지만, 새는 차마 도시를 버리지 못합니다.





  몇 가지 새만 겨우 살아남는 도시를 생각해 봅니다. 도시라는 곳은 새가 살기에는 아주 안 어울립니다. 그러면, 도시라는 곳은 사람이 살기에 잘 어울릴까요? 사람들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지낼 만한 곳이 도시일까요?


  김수만 님이 빚은 《자연속의 새》(아카데미서적,1988)를 읽습니다. 김수만 님은 이 나라에서 씩씩하게 살면서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서 새로운 삶을 이으려고 하는 새를 사진으로 담습니다.


  “청호반새는 우리 나라의 중부 지방에 충청도를 중심으로 상당히 많은 수가 번식하고 있다. 아마도 이 지역에 풍부한 먹이와 둥지를 틀 수 있는 좋은 토질의 논과 산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81쪽).”는 이야기는 1980년대까지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자연속의 새》는 1988년에 처음 나왔으니, 이무렵에는 이 말이 맞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 충청도는 온갖 고속도로가 끝없이 가로지를 뿐 아니라, 수도권하고 가깝다고 여겨서 공장이 대단히 많고, 골프장도 참으로 많으며, 새로운 도시가 자꾸자꾸 들어섭니다.





  김수만 님은 “산업이 발달하면서 새들이 살고 있는 자연 상태의 환경도 점차 파괴되어 가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여 보다 많은 새들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함과 동시에 그들이 사는 지역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설정하여 희귀조의 보호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118쪽).” 하고 말합니다. 새를 사진으로 찍는 동안 ‘새가 살기 어려운 터전’을 몸으로 느끼셨을 테고, 몸으로 느낀 이야기를 이처럼 외칠 수밖에 없으리라 느껴요.


  그런데, 여러 새한테 천연기념물 이름을 붙여 준다 하더라도 새가 살아남기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여러 새가 사는 터전을 자연보호구역 이름을 붙이려 하더라도 새가 이곳에서 살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어떤 새가 천연기념물인지 헤아리려는 사람이 드물기도 하고, 새가 살 만한 숲이나 들에 어김없이 농약을 뿌려대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은 시골마다 헬리콥터를 써서 농약을 뿌립니다. 들에는 ‘들 농약’을 뿌리고, 숲에는 ‘숲 농약’을 뿌려요.


  들과 숲에 농약을 뿌리는 사람들은 ‘나쁜 벌레’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나쁜 벌레’는 새가 즐겨찾는 먹이입니다. 새가 잡아먹을 벌레를 농약으로 잡아서 죽이려 하면, 새는 어떻게 될까요. 죽어야겠지요. 더군다나, 고속도로와 발전소와 송전탑과 관광단지와 골프장과 공장을 끊임없이 시골에 짓기 때문에, 어느 조그마한 숲이나 멧자락을 자연보호구역으로 묶는다 하더라도, 이런 곳을 제대로 보살피기 어렵습니다.


  “저 새는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에 무작정 새를 쫓아간 곳이 지금의 행주산성이었읍니다. ‘새들이 먹이를 찾으면서 놀고 있는 곳, 세상에 이렇게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지금은 꿈속에서도 새의 사진을 찍곤 하지만, 그곳에서 처음 본 아름다운 새들의 모습은 14살의 어린 소년의 마음을 가득 채웠고, 새에 대한 저의 관심과 열정은 그때부터 싹트기 시작했읍니다(123쪽).” 같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진을 함께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자연속의 새》를 내놓고, 《쉽게 찾는 우리 새》(현암사,2003)와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현암사,2004) 같은 사진책을 내놓은 김수만 님은 이녁이 어릴 적에 새노래를 들으면서 새를 궁금하게 바라볼 수 있었어요. 오늘날에는 김수만 님처럼 집 둘레에서 새를 마주하기 아주 어렵습니다. 도시 아이는 자동차와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이 가깝습니다. 시골 아이도 숲이나 들보다는 자동차와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이 훨씬 가깝습니다.





  아직 이 나라가 송두리째 망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새를 사진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아직 이 나라에서 숲이나 들이 모두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속의 새》만큼은 아니어도 ‘한국에서 보금자리를 짓는 새’ 이야기를 글이나 사진이나 그림으로 엮을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한 가지를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새가 살 수 없는 곳은 사람도 살 수 없습니다. 새가 자취를 감출수록 사람이 사는 터전도 망가진다는 뜻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새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산다면, 우리 마음에 아름다운 꿈이나 사랑이 자라기 어렵습니다. 새와 함께 춤을 추고 노래할 수 있는 삶일 때에, 비로소 사람살이에서도 아름다운 춤과 노래가 사랑스레 피어날 수 있습니다.


   김수만 님은 “스무 살이 되자 이제는 새를 보고 익히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새들의 모습과 생활을 사진에 담아 한글로 알리는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장비가 필요했는데 그만 한 여력이 없었던 저는 오직 카메라를 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읍니다(123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스스로 꿈을 지었고, 스스로 꿈을 돌보았으며, 스스로 꿈길을 걸었습니다.


  사진기 값을 누가 대줄까요? 스스로 장만해야지요. 사진을 누가 찍을까요? 스스로 찍어야지요. 새 한 마리를 찍으려고 숲에서 여러 날 숲사람이 되어서 지냅니다. 새 한 마리가 들려주는 노래를 귀여겨들으면서 ‘새가 어떤 마음인지’를 헤아립니다.


  참새나 박새나 딱새 같은 조그마한 새가 한 해 내내 노래합니다. 봄과 여름에 제비가 이 땅에 찾아와서 노래합니다. 여름철에는 꾀꼬리 노랫소리를 듣고, 겨울에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오리 날갯짓을 바라봅니다.


  어릴 적에 새를 바라보면서 노래를 듣는 아이들은 새처럼 날갯짓을 꿈꾸면서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새와 함께 노래하는 개구리와 매미와 풀벌레 노랫소리를 듣는 아이들은 푸른 숨결을 파란 바람에 실어 삶을 짓는 이웃을 헤아립니다.


  숲에 새가 있습니다. 숲에 사람이 있습니다. 숲에서 새가 사이좋게 어우러집니다. 숲에서 사람이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합니다. 숲바람을 마시는 목숨은 고요하면서 착하기에 평화를 사랑합니다. 새도 사람도 고요하면서 착한 넋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빕니다. 4348.4.1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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