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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마을의 모자 가게 ㅣ 웅진 세계그림책 140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11년 10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2
새 모자를 꿈꾸는 마음
― 도토리 마을의 모자 가게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11.9.23.
옷은 한 벌이어도 넉넉합니다. 한 벌 있는 옷을 아껴서 입을 줄 알면, 한 벌로도 얼마든지 넉넉하게 지냅니다. 두 벌이나 세 벌쯤 있어야 넉넉하지 않습니다. 열 벌이나 스무 벌이 있기에 넉넉하지 않아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은 한두 벌이나 서너 벌이라고 해서 모자라지 않아요. 마음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은 스무 벌이나 쉰 벌이 있어도 모자라요.
내 주머니에 돈이 가득가득 넘쳐야 넉넉하지 않습니다. 내 삶이 넉넉할 때에 언제나 넉넉합니다. 내 주머니가 아닌 내 마음에 사랑이 넉넉할 때에 비로소 삶이 넉넉합니다.
아이들은 주머니에 돈이 한 푼조차 없더라도 걱정하지 않아요. 군것질을 못 하니 걱정할까요? 아닙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 말 한 마디만 들려주면 돼요. 어머니 저것 먹고 싶어요, 또는 아버지 저것 먹을래요, 이렇게 말 한 마디만 하면 됩니다. 장난감을 갖고 싶을 적에도 말 한 마디만 하면 돼요. 다만, 으앙 울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빙그레 웃음지으면서 하는 말이어야 합니다.
.. 지나가는 도토리들에게 소리쳐 보지만, 다들 이렇게 대답할 뿐이에요. “모자는 하나만 있으면 충분해!” “구멍난 것도 아닌데, 뭘.” .. (3쪽)
아이들은 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넉넉합니다. 마음이 넉넉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넉넉하기에 장난감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도 활짝 웃으면서 놀 수 있어요. 이와 달리, 어른들은 주머니에 돈이 가득해도 모자랍니다. 아직 마음이 안 넉넉하기 때문입니다. 어른들 누구나 어린이로 살았지만, 막상 이녁이 어릴 적에 ‘돈 한 푼 없이’ 넉넉한 마음이 되어 신나게 뛰놀던 삶을 되새기지 못하기에, 자꾸 모자란 삶이 되고 말아요.
.. “그냥 여기에 가게를 차려 볼까?” 수리의 말에 키토리와 톨이가 찬성했어요. “좋아. 큰 도시에 사는 손님들이 지나가다 볼지도 몰라.” 셋은 조금 기운이 났어요 .. (9쪽)
나카야 미와 님 그림책 《도토리 마을의 모자 가게》(웅진주니어,2011)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도토리 마을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도토리 마을에서 태어난 ‘예쁜 도토리’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스스로 살림을 가꾸는 어른이 됩니다. 젊은 도토리 셋이 모여서 모자 가게를 마련합니다. 도토리는 모두 ‘모자’를 쓰지요. 이 모자를 알뜰살뜰 지어서 모자 가게를 차렸는데, 막상 도토리 마을에서 이 모자 가게를 찾는 손님이 없습니다. 모두 한 마디를 해요. ‘우리 머리에 모자가 하나 있는’데 굳이 새 모자를 쓸 까닭이 없다고 해요.
.. “아기 쥐들이 똑같은 모자를 쓰면 누가 누군지 헷갈릴 텐데…….” 이상하게 생각한 도토리 삼총사는 몰래 쥐들을 뒤따라갔어요. 아기 쥐들이 버려진 물감을 주워 모자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모자가 점점 예뻐졌어요. 도토리 삼총사는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 (16쪽)
시골자락에 있는 도토리 마을 세 젊은이는 시골을 떠나기로 합니다. 도시로 가서 모자를 팔아 보기로 합니다. 사람들이 왁자지껄 어수선한 도시로 모자 수레를 끌고 갑니다. 사람과 자동차 눈에 안 뜨이게 조용조용 길을 갑니다.
이윽고 도시 한켠 공원에 닿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도시 도토리 마을’을 찾지 못합니다. 한참 헤매다가 공원 한쪽에 조그맣게 모자 가게를 열어요. 도시에는 사람이 많으니 손님도 많으리라 여겼는데, 정작 도시에서도 손님은 없습니다. 시무룩한 세 도토리는 끙끙 앓는데, 어느 날 ‘쥐 손님’이 찾아와요. 쥐 손님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물감을 주워서 ‘세 도토리가 만든 모자’에 ‘새로운 옷’을 입힙니다. 세 도토리는 이 모습을 지켜보고는 옳지 하고 무릎을 칩니다.
.. 도토리 삼총사는 두근두근 모자를 가게에 진열했어요. 그러자 손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왔어요 .. (24쪽)
세 도토리는 쥐를 흉내내지 않습니다. 쥐가 모자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배웁니다. 도토리한테는 모자가 하나씩 있으면 넉넉하지만, 가끔 새로운 모자를 써도 삶이 즐겁거나 기쁠 수 있는 줄 알아차립니다. 모자를 많이 팔려는 생각이 아니라, 모자를 새롭게 바라보는 눈길과 손길로 삶을 기쁘게 지으려는 쪽으로 나아갑니다.
도시에 있는 공원에서 새와 벌레와 온갖 숲동무한테 모자를 나누어 주고는, 새 등에 올라타고 시골자락 도토리 마을로 돌아와요. 시골자락에서 세 도토리는 모든 도토리한테 사랑받는 새로운 모자를 신나게 짓습니다. 도토리 마을 도토리들은 저마다 알록달록 어여쁜 모자를 하나씩 장만하면서, 삶을 새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기쁨을 누립니다.
옷이든 모자이든 여러 벌 있을 까닭은 없습니다. ‘여러 벌’이 아니라 ‘새롭게 웃고 즐길 옷이나 모자’가 있으면 됩니다. 아이들한테는 장난감이 많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느 장난감이든 아이들이 스스로 아끼고 보듬으면서 사랑스레 누릴 수 있는 장난감이 있으면 됩니다. 4348.4.13.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