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443) 초록의 1


이 나무에서 아름다운 초록의 애벌레를 발견했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윤효진 옮김-곤충·책》(양문,2004) 21쪽


 초록의 애벌레를 발견했다

→ 초록 애벌레를 보았다

→ 풀빛 애벌레를 보았다

→ 푸른 애벌레를 보았다

 …



  한자말 ‘초록’을 한국말사전에서는 “풀의 빛깔과 같이 푸른빛을 약간 띤 녹색”으로 풀이합니다. ‘녹색(綠色)’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 초록색”으로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사전 뜻풀이는 아주 엉터리입니다. ‘초록’을 “푸른빛을 띤 녹색”이라 풀이하면서 ‘녹색 = 초록색’으로 풀이한다면, ‘초록 = 푸른빛을 띤 초록색’인 꼴이니까요.


 초록 물감 → 푸른 물감

 초록 저고리 → 푸른 저고리

 초록의 물결을 이루었다 → 푸른 물결을 이루었다


  한국말은 ‘풀빛’이나 ‘푸름’입니다. 한국말로는 ‘푸르다’라고 하면 됩니다. 더도 덜도 아닌 “푸른 빛깔”입니다. 4339.1.4.물/4348.4.1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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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에서 아름답고 푸른 애벌레를 보았다


‘발견(發見)했다’는 ‘보았다’나 ‘찾았다’나 ‘찾아냈다’로 손질합니다.



초록(草綠) : 풀의 빛깔과 같이 푸른빛을 약간 띤 녹색

   - 초록 물감 / 초록 저고리 / 짙고 연한 서리 빛 초록의 물결을 이루며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801) 초록의 2


포도나무 잎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초록의 옷을 입고, 포도넝쿨은 세상으로 성큼성큼 걸어나오고 있던 1990년 5월이었다

《류기봉-포도밭 편지》(예담,2006) 59쪽


 나뭇잎이 초록의 옷을 입고

→ 나뭇잎이 푸른 옷을 입고

→ 나뭇잎이 푸른 빛을 띠고

→ 나뭇잎이 푸르러지고

 …



  이 글을 쓰신 분은 “초록의 옷”이라 하는데, 이 말투와 비슷하게 “노랑의 옷을 입다”나 “빨강의 옷을 입다”나 “파랑의 옷을 입다”나 “검정의 옷을 입다”나 “잿빛의 옷을 입다”처럼 말할 사람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투는 한국 말투가 될 수 없습니다. 한국말로 제대로 하자면 “노란 옷을 입다”, “빨간 옷을 입다”, “파란 옷을 입다”, “검은 옷을 입다”, “잿빛 옷을 입다”처럼 적어야 합니다.


  나뭇잎이 푸른 빛깔이기에 “나뭇잎이 푸른 옷을 입고”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뭇잎은 푸른 빛깔이니까 수수하게 “나뭇잎이 푸르고”처럼 말하면 됩니다. 4339.11.11.흙/4348.4.1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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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 잎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푸른 옷을 입고, 포도넝쿨은 이 땅으로 성큼성큼 걸어나오던 1990년 5월이었다


‘세상(世上)으로’는 그대로 둘 만하지만 ‘이 땅으로’로 손볼 수 있고, “걸어나오고 있던”은 “걸어나오던”으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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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314) 초록의 3


숲 저쪽의 노란 보리밭은 안개 때문에 뿌옇게 보였습니다. 초록의 나무들도 회색 베일로 가린 듯 희미하게 보였고요

《이마이즈미 미네코,안네테 마이자/은미경 옮김-숲에서 크는 아이들》(파란자전거,2007) 31쪽


 초록의 나무들

→ 푸른 나무들

→ 푸른 옷을 입은 나무들

→ 푸른 빛이 싱그러운 나무들

 …



  나뭇잎이 우거질 때에는 ‘푸른 빛’이 도는 나무라 하겠지요. 한 마디로 ‘푸른 나무’입니다. 나무는 잎사귀가 푸른 빛이니 “잎사귀가 푸른 나무”라고 적어도 되고, “푸른 옷을 입은 나무”라고 적어도 됩니다. 사이에 꾸밈말을 넣어서 “푸른 빛이 싱그러운 나무”라 하거나 “푸른 잎이 고운 나무”라 해도 돼요. 4341.4.16.물/4348.4.1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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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저쪽 노란 보리밭은 안개 때문에 뿌옇게 보였습니다. 푸른 나무들도 잿빛 천으로 가린 듯 흐리게 보였고요


“숲 저쪽의 노란 보리밭”은 “숲 저쪽에 있는 노란 보리밭”이나 “숲 저쪽 노란 보리밭”으로 손봅니다. “회색(灰色) 베일(veil)”은 “속이 비치는 잿빛 천”으로 다듬습니다. 보기글 앞쪽에는 ‘뿌옇게’라 잘 적었으니, 뒤쪽에 나오는 ‘희미(稀微)하게’도 ‘뿌옇게’로 손질하든지 ‘흐리게’나 ‘흐릿하게’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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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36) 초록의 5


하지만 그 초록의 물결 앞에서 / 우리는 왜 진즉 승천해버리지 못했을까

《고재종-날랜 사랑》(창작과비평사,1995) 63쪽


 초록의 물결

→ 푸른 물결

→ 풀빛 물결

→ 짙푸른 물결

 …



  한국말 ‘푸르다’를 찬찬히 쓰지 못하기에, 그만 일본 한자말 ‘녹색’이나 중국 한자말 ‘초록’을 쓰면서 ‘-의’까지 붙이고 맙니다. 그저 한국말 ‘푸르다’를 쓰면 됩니다. “푸른 물결”이라 하면 됩니다. 푸른 빛깔은 한 가지가 아니니 “짙푸른 물결”이나 “옅푸른 물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푸르디푸른 물결”이나 “매우 푸른 물결”이나 “맑고 푸른 물결”이라 해도 잘 어울립니다. 4348.4.1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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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푸른 물결 앞에서 / 우리는 왜 진즉 날아오르지 못했을까


‘하지만’은 ‘그러나’나 ‘그렇지만’으로 손보고, ‘승천(昇天)해’는 ‘날아오르지’나 ‘하늘로 오르지’로 손봅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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