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채썰기



  어른이 먹는 밥만 헤아린다면 양배추를 두껍게 썰든 가늘게 썰든 그리 대수롭지 않다. 아이들과 먹을 밥이라면, 양배추를 가늘게 썰어야 먹기에 좋다. 다른 밥차림에서도 이와 같다. 아이들과 먹을 밥이라면, 먼저 ‘아이들이 먹기에 좋은가’를 살펴야 한다. 아이들한테는 뜨겁거나 차가운 것을 줄 수 없다. 아이들한테는 딱딱한 것을 줄 수 없다. 아이들한테는 맵거나 짜거나 단 것도 줄 수 없다. 아이들한테는 싱그럽고 부드러우면서 맛난 것을 줄 뿐이다. 그러면, 나는 이를 언제부터 제대로 알았을까? 얼마 안 된다. 아이들은 질긴 것은 제대로 씹지 못해서 뱉어야 하거나 그냥 삼킨다. 양배추 채썰기를 하면서도 ‘아, 더 가늘게 썰어야 하는데’ 하는데 하고 생각하기 일쑤이다. 어떻게 해야 더 가늘게 썰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칼자루를 쥔다. 4348.4.12.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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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4-12 18:49   좋아요 0 | URL
애들이 학생들인가요?
저희 애들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양배추를 안 먹는데 부럽네요.

숲노래 2015-04-12 21:42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는 여덟 살과 다섯 살입니다.
두 아이 모두 갓난쟁이 적부터 풀물(녹즙)을 먹었고
이제 곧 뒤꼍이 푸르게 물들 테니
신나게 풀물을 짤 수 있어요.

어른들이 맛나게 먹으면 아이들도 맛나게 먹어요.
아이들이 양배추나 푸성귀를 못 먹겠거니 여기면
앞으로도 못 먹을 테지요.

햄버거에 이 양배추가 잔뜩 들어서
고기맛과 빵맛이 더 좋다고 하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알아듣도록 들려주면
아이들도 조금씩 달라지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