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라는 글쓰기



  읍내마실을 다녀오는 길에 큰아이가 짐을 하나 들어 준다. 큰아이가 짐을 하나 들어 주기에 내 손이 무척 홀가분하다. 고작 짐 하나이지만, 이 하나로도 내 손을 마음껏 놀릴 수 있어서,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손에 연필을 쥐고 다른 한손에 종이를 쥐면서 ‘이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다. 가게에서 받은 영수증 뒤쪽에 “큰아이(8)가 짐을 들어 주어, 나는 공책을 펼 수 있다.”라고 적는다. 나는 공책이 아닌 영수증에 글을 적었지만 ‘글쓰기를 공책에 한다’는 뜻으로 이런 글을 한 줄 적었다.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4348.4.10.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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