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새들 우리가 모르는 새들 - 생태동화작가 권오준의 우리 새 이야기
권오준 지음 / 겨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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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73



새와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

― 우리가 아는 새들 우리가 모르는 새들

 권오준 글·사진

 겨리 펴냄, 2014.5.25.



  새는 늘 사람 곁에서 삽니다. 새는 사람을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습니다. 새는 사람을 멀리하거나 꺼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새를 멀리하거나 꺼립니다. 사람이 새를 싫어하거나 미워합니다. 사람은 새가 사람 곁에 찾아오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새로 짓는 건물 가운데 ‘새가 깃들도록 자리를 내주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새가 둥지를 틀 만한 자리를 넉넉히 두려는 사람은 없어요. 오늘날 도시에서는 오직 사람만 깃들도록 집을 짓습니다. 새뿐 아니라 벌레 한 마리조차 깃들지 못하도록 집을 짓습니다. 벌레 한 마리는커녕 개미도 바퀴벌레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집을 지어요.


  오직 사람만 살도록 짓는 집인데, 이러한 집치고 오래가는 집은 없습니다. 사람만 깃들도록 하는 집 가운데 백 해 넘게 버틸 만한 집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왜 그러할까요? 사람조차 살기 어려운 곳을 짓고는 이러한 데에 ‘집’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때문입니다.



.. 나뭇가지를 붙잡고 올라가 보니 둥지에 알이 네 개 있었다. 어렸을 적 장난치듯 찾아낸 알과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그건 생명이었다 … 봄철에는 날이 가물어서 산새들이 힘겨워한다. 체온이 높아 자주 목욕을 하고 물을 마셔야 하는 새들로서는 먹이보다 물 걱정이 더 크지 않을가 싶다. 산새들은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빨아먹으며 봄을 맞이한다 … 우리 곁에는 많은 새들이 있다.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여기저기에 새들이 보인다. 귀를 쫑긋 세워 보면 새들의 울음소리는 물론 작은 산새들이 날개 파닥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  (11, 18, 23쪽)



  예부터 지구별 모든 집은 흙과 돌과 나무를 써서 지었습니다. 흙과 돌과 나무를 써서 지은 집에는 새가 깃들기에 좋습니다. 아니, 흙과 돌과 나무로 지은 집이니 새가 얼마든지 깃들 만합니다. 그리고, 이런 집에는 벌레가 깃들기에도 좋아요. 아니, 벌레가 넉넉히 깃들 만합니다. 이리하여, 흙집과 돌집과 나무집에는 새와 벌레가 함께 깃들 수 있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수많은 목숨이 함께 어우러져서 살 만합니다. 서로 아끼고 돕고 보살피고 사랑하면서 살 만해요.


  새가 사람 곁에서 살 적에 새는 콩 한 알을 나누어 먹습니다. 콩이 석 알 있을 적에 한 알만 나누어 먹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한 알이면 배가 부르거든요. 새는 스스로 벌레를 잡아서 먹습니다. 새는 스스로 나무열매와 풀열매를 찾아서 먹습니다. 이러면서 사람한테서 콩을 한 알 얻어서 먹어요.


  새는 사람 곁에서 살면서 벌레를 알맞게 다스립니다. 벌레를 모조리 잡아먹지 않아요. 왜 그러한가 하면, 벌레가 어느 만큼 있어야 벌레가 꽃가루받이를 해 주고, 주검이나 가랑잎을 거름으로 바꾸어 줍니다. 사람 곁에 벌레가 없으면, 나뭇잎은 하나도 안 썩을 테며, 주검도 썩을 수 없어요. 사람 곁에 벌레가 없으면 살림집 둘레는 쓰레기밭이 될 테지요.



..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식당 안에 날벌레가 한 마리도 안 보였다는 점이다. 제비들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식당 안에서 잠만 잔 게 아니었다. 밤새도록 홀 안에 날아다니는 모기, 나방들을 모조리 잡아먹었다. 그뿐 아니다. 식당에 제비가 둥지를 틀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뜻하지 않게도 여기저기서 많은 손님들까지 몰려들었다 … 땅 주인은 새벽녘에 인부들을 동원해서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어 버렸다. 나무들이 마구 쓰러지면서 백로 둥지들이 와르르 쏟아져 버렸다. 수백 마리 새끼가 나무에 깔려 죽거나 다쳤다 ..  (30, 37쪽)



  권오준 님이 빚은 《우리가 아는 새들 우리가 모르는 새들》(겨리,2014)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사람들이 이럭저럭 알 만한 새와 사람들이 하나도 모르는 새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새가 사람 곁에 어느 만큼 가까이 있는지 보여주고, 사람이 새를 얼마나 모른 척하거나 얕보거나 짓밟는가 하는 대목을 보여줍니다.



.. 자동차와 충돌하는, 이른바 로드킬 당하는 새는 아주 흔해졌다. 드문 일이긴 해도 비행기 엔진에 빨려 들어가는,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로 죽기도 한다 … 더 이해되지 않는 것은 생태학습원 건물도 유리로 짓는다는 거다. 자연보호에 앞장서야 할 곳에서 말이다 ..  (70쪽)



  우리가 스스로 사람이라면 머리를 써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오늘날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도시 문명과 문화가 생겨서 뿌리를 뻗은 지 기껏해야 백 해조차 안 되었고, 쉰 해도 아직 안 되었다고 할 만합니다. 쉰 해 앞서만 하더라도 지구별 어디나 시골이 훨씬 넓었고, 시골사람이 훨씬 많았습니다.


  시골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시골에는 들과 숲이 있습니다. 시골에는 냇물과 샘물이 흐릅니다. 시골에는 나무와 풀이 우거집니다. 이리하여, 시골에는 온갖 벌레와 새와 짐승이 한데 어우러집니다.


  벌레란 무엇일까요? 딱정벌레도 있고 애벌레도 있습니다. 나비도 나비로 깨어나기 앞서 언제나 벌레입니다. 잎을 갉아먹는 애벌레로 살아낸 뒤에라야 비로소 꽃가루받이를 해 주는 나비가 되어요. 새는 이런 애벌레를 아주 즐겨 먹습니다. 다만, 모든 애벌레를 다 먹어치우지 않아요. 새는 바보가 아닙니다.



.. 몸집이 작다고 언제나 약한 건 아니다. 꼬마물떼새나 흰눈썹황금새는 자신들이 꼭 지켜야 하는 새끼가 있었기에 엄청난 용기가 솟았다. 딱새의 경우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봤기 때문에 분노가 일었을 것이다 …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형제의 깃털을 다듬어 주던 갈색 쇠물닭 한 마리가 어린 새끼에게 다가간다. 그러더니 물풀을 뜯어 먹여 주었다. 동생을 사랑하는 형의 마음씨가 그대로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  (133, 142쪽)



  사람은 지구별 자원을 마구 씁니다. 사람은 바보입니다. 사람은 새와 벌레와 짐승을 괴롭힐 뿐 아니라, 감옥(동물원)을 짓고, 주검(박제)을 벽에 붙입니다. 사람은 사람끼리도 괴롭힙니다. 사람은 사람끼리도 함부로 죽입니다. 전쟁무기를 만들어서 서로 윽박지르고, 서로 못살게 굽니다.


  사람은 그야말로 바보입니다. 전쟁무기를 만드느라 돈을 헤프게 쓰고, 전쟁무기를 늘릴 뿐 아니라 전쟁영화를 찍고 전쟁문학을 쓰며 전쟁놀이를 일삼는데다가 ‘전쟁 장난감(총과 칼 따위)’을 엄청나게 만들어서 아이들한테 팔아요.


  새는 아침저녁으로 노래합니다. 새는 콩 한 알을 먹고 넉넉히 노래합니다. 새는 아주 조금만 먹으면서도 하늘을 가로지릅니다. 새는 사람들이 ‘노래’를 누리도록 북돋우고 ‘춤’을 추도록 일깨웁니다. 새가 날갯짓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춤사위가 생기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서 노래가 태어나요.


  우리는 스스로 사람이라면 생각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마음을 기울여서 나 스스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알아차리고, 새가 짓는 사랑스러운 몸짓을 슬기롭게 헤아려야 합니다. 새가 죽으면 사람도 죽습니다. 새가 살 수 없는 집이라면 사람도 살 수 없습니다. 새가 먹을 수 없는 밥이라면 사람도 먹을 수 없는 밥입니다. 차에 치여 죽는 새가 많듯이, 차에 치여 죽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는 어서 눈을 떠야 합니다. 4348.4.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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