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 동화 보물창고 5
로이스 로리 지음, 미디 토마스 그림, 이금이.이어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92



스스로 삶과 생각을 짓는다

―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

 로이스 로리 글

 미디 토마스 그림

 이어진·이금이 옮김

 보물창고 펴냄, 2007.3.30.



  로이스 로이 님 이야기책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보물창고,2007)를 읽습니다. 미국에서 이 책이 처음 나올 적에는 어떤 이름이었나 궁금해서 찾아보니 ‘구니 버드 그린’입니다. 미국에서 나온 책에는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말은 안 붙습니다.


  곰곰이 생각합니다.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에 나오는 ‘구니 버드 그린’이라고 하는 아이는 동무들한테 ‘이야기 들려주기’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머리로 지은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 ‘스스로 겪은 이야기’입니다. 스스로 겪은 대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스스로 즐거우며, 아무 거리낌이 없이 삶을 즐깁니다.


  책이름을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로 붙이면, 이 책에서는 구니 버드라는 아이가 ‘놀라운 이야기꾼’이라는 대목에 머뭅니다. 책이름을 수수하게 ‘구니 버드 그린’이라고 붙이면, 이 책에서는 구니 버드 그린이라는 아이가 ‘스스로 삶을 짓고 생각을 지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아이’라는 흐름으로 나아갑니다.



.. “좋아요, 마침 오늘 사전을 가져왔거든요. 제 자리는 어딘가요?” 잠옷 차림의 아이가 말했다. “너는 누구지?” 선생님이 점잖은 목소리로 물었다. “새로 온 전학생이에요. 이름은 구니 버드 그린이고요, 차이나에서 막 이사 왔어요. 저는 교실 한가운데 자리에 앉고 싶어요. 주목받는 걸 좋아하거든요.” ..  (9쪽)



  이야기책 얼거리를 살피면, 구니 버드 그린을 맡은 학교 선생님은 ‘스스로 이야기하기’를 수업 사이사이에 합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스스로 제 이야기를 말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합니다. 다른 데에서 본 이야기가 아닌, 아이들이 저마다 새롭게 겪은 삶을 여러 동무 앞에서 씩씩하게 말할 수 있도록 이끌어요.


  구니 버드 그린이라는 아이는 이 선생님하고 죽이 잘 맞습니다. 구니 버드 그린은 ‘스스로 이야기하기’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선생님도 이 아이 이야기를 즐겁게 듣습니다. 담임 교사는 학교에서 주어지는 다른 수업도 알뜰살뜰 챙기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학교에서 배워야 할 대목’이 무엇인지 차분히 짚을 줄 압니다.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수업 진도를 나가야 할까요? 교과서 지식을 잘 알려주어서 시험성적이 잘 나오도록 해야 할까요?



.. “여러분, 자꾸 방해하면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없어요. 조금 있다가 질문 시간을 줄 테니까, 할 말이 있으면 그때 손을 들고 하세요. 여러분이 자꾸 떠드니까 집중이 잘 안 되잖아요.” 구니 버드가 단호하게 말했다 … “내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요, 아니면 듣기 싫은가요?” 구니 버드가 한숨을 쉬었다 ..  (38∼39, 57쪽)



  학교가 맡은 몫은 ‘성적 향상’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교사는 ‘발표 잘하기’를 이끌 까닭이 없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저마다 싱그러운 숨결로 씩씩하게 자라서 아름답게 사랑을 꽃피울 수 있도록 이끄는 몫을 맡아야 합니다. 학교에서 교사는 아이들 시험성적을 높이는 일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씩씩하게 서서 제 꿈을 기쁘게 짓도록 돕는 몫을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100점을 받아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교과서를 외워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꿈을 지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빠짐없이 다녀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손수 삶을 짓는 길을 걸어야 합니다. 이야기책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는 바로 이 대목을 찬찬히 건드립니다. 그저 ‘이야기 잘 하는 아이’가 나오는 동화책이 아니라, ‘내 삶을 스스로 찾고, 내 생각을 스스로 가꾸며, 내 이야기를 스스로 들려줄 수 있는 철’이 드는 아이를 보여주는 동화책입니다.



.. “그동안 지각에 대한 재미있는 별별 변명을 모두 들어 봤지만 네가 말한 변명은 처음이구나.” 선생님이 웃으며 말햇다. “저는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구니 버드가 말했다 … 선생님이 웃으며 대답했다. “공부하는 것보다 구니 버드 이야기를 듣는 것이 훨씬 재미있지요. 하지만 우리에겐 내일이 있잖아요. 내일 구니 버드가 또다른 이야기를 해 줄 거예요.” 자리에 앉아서 수학책을 꺼내던 구니 버드가 깜짝 놀라 선생님을 쳐다봤다. “아니요, 이제 없어요. 이건 제 마지막 이야기였어요.” 구니 버드가 말했다. 모두 “안 돼!” 하고 슬픈 목소리로 외쳤다 ..  (79, 109쪽)



  이 동화책에 나오는 아이는 학교에 온 첫날, 잠옷 차림입니다. 이때에 담임 교사는 잠옷 차림을 나무라지 않고, 이를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담임 교사가 그저 ‘아이만 바라보’니까, 같은 반 동무들도 구니 버드 그린이라는 아이를 겉모습이나 겉차림이 아닌 마음결과 생각날개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담임 교사가 구니 버드 그린 옷차림을 놓고 한 마디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끔찍하겠지요.


  삶에서 대수롭게 살필 대목은 겉모습이 아닙니다. 이야기에서 대수롭게 들여다볼 대목은 ‘글치레’나 ‘말치레’가 아닙니다. 우리는 사랑을 읽어야 하고 꿈을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사랑을 가꾸어야 하고 꿈을 북돋아야 합니다. 사랑으로 나아갈 때에 아름답고, 꿈으로 한발 내딛을 적에 즐겁습니다. 4348.4.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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