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루시’를 보고 잠들기



  개봉관 영화를 볼 수 없는 시골에서 살기에, 어떤 영화를 보려고 해도 한참 기다린 끝에 비로소 본다. 그렇다고 서운하거나 섭섭하지 않다. 시골에 살면서 보는 다른 것이 많으니까. 영화 〈루시〉가 처음 나올 적에, 함께 공부를 하는 이웃님은 극장에 가서 많이 보았다 했고, 영화를 본 뒤 여러모로 즐거웠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이기에 깊거나 넓은 데까지 짚지는 못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 영화는 ‘액션’이나 ‘공상과학’ 영화가 아니다. ‘사람’과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그래서 총질이나 주먹질 따위는 거의 덧없다 할 텐데, 이쯤 넣었다면 이럭저럭 사람들이 ‘덜 따분해’ 하면서 볼는지 모르겠구나 싶으면서도, 총질이나 주먹질에 익숙한 오늘날 여느 사람들은 ‘고작 이만 한 총질과 주먹질밖에 없느냐?’면서 이 영화를 못마땅해 하겠구나 싶기도 하다.


  영화 〈루시〉에 나오는 ‘루시’는 천재도 대단한 사람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를 말한다면, 루시는 그저 루시이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부름을 받은 하나뿐인 사람이 아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루시는 끝내 님(하느님)이 되는’데, 루시만 될 수 있지 않다는 뜻이다. 님이 되는 사람은 모두 수수한 사람(우리들)이고, 우리는 루시와 똑같이 수수한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을 열어 삶을 지으면 루시와 같이 된다. 영화이기 때문에 무척 쉽고 짧고 또렷하면서 가볍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만, 조금 더 생각을 기울여 본다면, 아이들도 볼 수 있도록 이러한 이야기를 한결 재미나면서 아기자기하게 빚을 수도 있다. 가만히 따지면 오늘날 지구별 사람들은 치고 박고 싸우고 죽이고 괴롭히고 하는 짓으로 ‘뭇느낌(감정)’을 일부러 겪는다.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 영화에 깃드는구나 싶다. 영화를 본 느낌은 나중에 쓰기로 하고, 아이들 곁에 누워서 잠들자. 꿈을 꾸어야지. 4348.4.5.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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