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튀어나오는 책



  책 한 권이 살짝 튀어나온다. 책꽂이가 빽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살짝 튀어나오지 않았으리라. 책방지기는 책꽂이에서 책이 한 권이라도 튀어나오도록 꽂지 않는다. 책방지기는 책꽂이에 책을 가지런히 꽂는다. 너무 빽빽해서 빈틈을 만들지 못하면 책을 눕혀서 올리거나 책꽂이 앞에 탑을 쌓는다. 헌책방 책꽂이에서 살짝 튀어나온 책이 있다면, 책손이 어느 책 하나를 뽑아서 살핀 뒤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하는데, 도무지 도로 꽂아 놓을 재주가 없어서 이렇게 해 놓았다는 뜻이다. 책방지기는 이런 책을 보면 책꽂이에 빽빽하게 있는 책들을 두 손으로 탁탁 치고 퉁겨서 조그마한 틈을 만들고, 작은 틈 옆에 있는 책 두 권을 살짝 뽑아서 한 권을 사이에 꽂고는 한 번에 큰힘을 모아서 툭 쳐서 집어넣는다. 4348.4.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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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놀이 2015-04-01 17:22   좋아요 0 | URL
저처럼 손끝이 야무지지 못한 책손의 저지레인가 봅니다. 빼기는 뺐는데...내 재주로는 들어가지 않아서 난감할 때가 많아요..누군가 꽂아놓은건데..내손으로는 왜 안되는 것인지 늘 미스터리였는데...`틈을 만드고 두 권 사이에 끼워 한꺼번에 밀어넣는` 전문가적 노하우가...!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저렇게 해놓고 뒤돌아설때 툭 튀어나온 책이 `정말 이러기야??` 하고 뒤통수에다 궁시렁거리는거 같아서 참 미안한 기분이 들었어요^^ 남들 사이에서 너무 튀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은건 책도 사람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저때문에 다시 꽂아야하는 분께도 미안하고...미안해하면서도 슬쩍 줄행랑 칠수밖에 없는 제 모습을 들킨것 같아 멋쩍고..또 반갑기도 합니다!!

숲노래 2015-04-01 18:3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런 모습이 나오기에
저도 재미나게
사진 한 장을 찍고
이런 사진을 놓고
글을 붙여서
이야기를 엮을 수 있으니,
삶이란 참 아름답구나 하고 느껴요~~

풀꽃놀이 2015-04-01 19:02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의 글을 보면서 제가 느꼈던 흐믓함의 정체가 이것이었나봅니다!!
삶이 참 아름답구나~~
이런 깨달음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5-04-01 20:02   좋아요 0 | URL
풀꽃놀이 님이 멋진 댓글을 달아 주셔서
저도 더욱 즐겁게 삶을 헤아려 볼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