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튀어나오는 책
책 한 권이 살짝 튀어나온다. 책꽂이가 빽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살짝 튀어나오지 않았으리라. 책방지기는 책꽂이에서 책이 한 권이라도 튀어나오도록 꽂지 않는다. 책방지기는 책꽂이에 책을 가지런히 꽂는다. 너무 빽빽해서 빈틈을 만들지 못하면 책을 눕혀서 올리거나 책꽂이 앞에 탑을 쌓는다. 헌책방 책꽂이에서 살짝 튀어나온 책이 있다면, 책손이 어느 책 하나를 뽑아서 살핀 뒤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하는데, 도무지 도로 꽂아 놓을 재주가 없어서 이렇게 해 놓았다는 뜻이다. 책방지기는 이런 책을 보면 책꽂이에 빽빽하게 있는 책들을 두 손으로 탁탁 치고 퉁겨서 조그마한 틈을 만들고, 작은 틈 옆에 있는 책 두 권을 살짝 뽑아서 한 권을 사이에 꽂고는 한 번에 큰힘을 모아서 툭 쳐서 집어넣는다. 4348.4.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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