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딜레마
레스터 브라운 지음, 고은주 옮김 / 도요새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숲책 읽기 66



경제성장을 그치지 않을 때에는

― 지구의 딜레마

 레스터 브라운 글

 고은주 옮김

 도요새 펴냄, 2005.10.5.



  레스터 브라운 님이 쓴 《지구의 딜레마》(도요새,2005)는 이 지구별에서 경제개발을 그치지 않으면, 지구사람 누구나 수렁에 빠져서 더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구별 어느 나라이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더 눈부신 경제와 문명과 문화’가 아니라 ‘스스로 삶을 지어서 누리는 하루’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많은 자료와 통계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지구별 모든 나라는 경제개발과 도시문명으로 치닫기만 합니다. 도시를 줄여 시골로 가려는 나라는 없습니다. 시골을 깎아내어 도시로 키우려는 나라만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젖혀놓고 한국만 생각해도 잘 알 만합니다. 한국에서 도시는 커지고 자꾸 커집니다. 새로운 도시를 만든다면서 애쓰지만, 시골마을을 아름답고 정갈하게 가꾸려고 하는 정책은 하나도 없습니다.



.. 불과 몇 십 년 만에 각 국가들은 곡물의 자급자족에서 총 곡물 수요의 70%를 수입하는 수입국으로 탈바꿈했다 … 한 국가가 산업화·현대화되면 경작지는 산업 개발과 주택 개발에 이용된다. 자가용이 늘어나면서 귀중한 경작지에는 도로, 고속도로, 주차장 부지 등이 들어선다. 농부들은 자신의 땅이 경제성을 갖기에는 너무 좁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떠난다 … 중국이 농산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부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 세계시장은 전멸할지도 모른다 ..  (30∼31, 35쪽)



  중국이 온통 도시문명 사회가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봅니다. 중국에 있는 시골이 모조리 도시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헤아려 봅니다. 그러면 중국은 먹을거리를 다른 나라에서 사들이려 할 텐데, 중국은 진작부터 다른 나라에서 먹을거리를 사들입니다. 중국에서 새로 만든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과 쓰레기는 어마어마합니다. 그렇지만 중국이 나아가려는 길은 오직 경제개발입니다. 이러면서 중국은 핵무기를 더 만들려 하고, 이웃 작은 나라를 함부로 쳐들어가서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미국도 도시문명 사회입니다. 미국은 시골살이를 북돋우지 않습니다. 미국에 있는 시골은 거의 모두 커다란 기계와 비행기를 앞세워 농약과 비료를 퍼붓는 땅뙈기입니다. 기계가 없으면 지을 수 없는 땅이요, 시골살이는 공장과 똑같은 산업입니다. 문화나 예술이나 정치나 경제 따위를 헤아리는 이들이 으레 미국으로 가서 배운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에 가서 무엇인가 배우려는 이들은 도시와 문명을 배웁니다. 미국에 가서 무엇인가 보려는 이들은 어마어마한 기계와 전쟁무기를 봅니다.



.. 경작지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있는 또 다른 요소는 자동차다. 전 세계적으로 40만 헥타르에 달하는 땅이 해마다 도로와 고속도로, 주차장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렇게 전환된 토지가 대부분 경작지에 속한다 …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집, 사무실, 공장, 쇼핑몰, 도로, 주차장을 농업에 부적합한 땅에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람들은 양질의 경작지가 위치한 곳에 몰려 있다. 이는 작물의 재배에 적합한 평평하고 배수가 잘 되는 땅이 도시나 도로 건설에도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  (106, 122쪽)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거의 다 도시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른들도 거의 다 도시에 있습니다. ‘도시사람’을 가리키는 한자말 ‘시민’은 이제 여느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처럼 삼습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90퍼센트를 훨씬 웃도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어서 지내니까요. 시골이라는 곳은 어쩌다가 들르는 관광지이거나 여행지이기 일쑤입니다. 도시에서 지내는 이 가운테 텃밭이나 마당을 누리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도시에서 ‘내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많되, ‘내 땅’이나 ‘내 밭’이나 ‘내 나무’를 가진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도시에서 ‘씨앗을 심어서 손수 열매를 얻는 길’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고, 학교에서는 이러한 삶을 안 보여주고 안 가르칩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학교가 하는 몫은 아이들이 그저 도시내기가 되서 도시 노동자로 돈을 벌다가 도시에서 삶을 마치는 쳇바퀴입니다.



.. 중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96%를 차지하는 밀, 쌀, 옥수수의 양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04년 호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량보다 1200만 톤이 부족했으며, 이는 아르헨티나의 총 밀 수확량과 맞먹었다 … 소작인이 토지 소유주가 된다면 생산량은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 농부들에게 토지 소유 권한을 주면 울타리 치기나 저수 시설과 같이 장기적인 생산성에 이익이 되는 투자를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생산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 다음으로 할 일은 중국의 침체된 농업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지방 관리들이 막대한 정치 수단인 토지에 대한 권한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  (177, 183쪽)



  경제성장을 그치지 않을 적에는 우리 모두 종(노예)이 됩니다. 경제성장만 바라볼 적에는 우리 모두 숫자와 경쟁과 전쟁에 종으로 얽매입니다. 입시지옥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입시지옥도 경제성장과 똑같이 숫자놀음이요 숫자싸움입니다. 회사원과 공무원이 받는 연봉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성과와 성적이 나와야 하는 회사원과 공무원은 언제나 전쟁과 경쟁이면서 숫자놀음에 숫자싸움입니다.


  그런데, 삶을 이루는 기쁨은 숫자로 안 따집니다. 100원이 있기에 안 기쁘지 않습니다. 100억 원이 있기에 기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는 기쁨과 아이를 돌보는 기쁨은 돈이나 숫자로 헤아리지 못합니다. 새봄에 마주하는 앵두꽃이나 딸기꽃은 돈이나 숫자로 살 수 없습니다. 한겨울에 쏟아지는 함박눈은 돈값으로 따지지 않습니다. 가문 날을 촉촉히 적시는 빗방울은 숫자로 어림할 수 없습니다. 서로 아끼는 사랑은 돈으로 매기지 않습니다.



.. 과연 브라질은 1950년대 구소련이 미개척지 개발로 얻은 생태적 재앙을 피하여 빠르게 경작지를 늘려갈 수 있을까? 과연 브라질은 증가하는 세계 식량 수요에 부응하여 식량 생산을 늘림과 동시에 아마존 열대우림과 세라도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호할 수 있을까 … 브라질의 콩 생산자들은 아시아 대두녹병과 씨름하고 있다. 녹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살균제 살포 비용으로 2003년과 2004년에 총 12억 달러가 소비되었고, 이마저도 잦은 강우로 씻겨 내려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때가 많다 ..  (189, 195쪽)



  삶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삶을 찾지 못합니다. 사랑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사랑을 찾지 못합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사람들이 경제성장에 목을 매다는 까닭은 그저 경제성장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아이들이 입시지옥에 목을 매야 하는 까닭은 어른과 아이 모두 입시지옥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삶을 바라본다면 경제성장이 아닌 삶을 가꾸는 데에 온힘을 들이기 마련입니다. 사랑을 바라본다면 입시지옥이 아니라 ‘참답게 가르치고 배우면서 기쁜 삶’에 사랑을 바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아주 쉽습니다. 손수 삶을 지으면 됩니다. 우리가 갈 길은 아주 환합니다. 서로 사랑하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걸으면 됩니다. 《지구의 딜레마》라는 책은 갖가지 자료와 통계를 들어서 ‘경제성장’은 ‘전쟁’과 같은 바보짓인 줄 잘 보여줍니다. 눈이 밝은 사람이라면 이런 자료와 통계를 보면서 이제부터 삶을 바꾸려고 힘을 기울일 테지요. 눈이 안 밝은 사람이라면 이런 자료와 통계를 보면서도 도시문명과 사회제도와 정치경제에 발목을 붙잡힌 채 삶과 사랑과 꿈이 없는 하루를 보내겠지요. 4348.4.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숲책.환경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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