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354 : 다른 대안
그렇다고 체념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은 정말 없는 걸까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원마루 옮김-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입니다》(포이에마,2014) 19쪽
다른 대안은
→ 다른 길은
→ 다른 삶은
→ 다른 생각은
…
‘대안’이라는 한자말은 ‘代案’이나 ‘對案’일 텐데, ‘대안’이라는 한자말을 쓰는 사람은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고 콕 집어서 느끼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그냥 ‘대안’이라고 쓰리라 봅니다.
‘代案’은 “대신하는 안”이라고 해요. ‘대신(代身)하다’는 “어떤 대상의 자리나 구실을 바꾸어서 새로 맡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한자로 쓴 ‘대안’이라면 ‘바꾸는 안’이나 ‘새로운 안’이나 ‘새로 맡는 안’을 나타내는 셈입니다.
‘對案’은 “어떤 일에 대처할 방안”이라고 해요. ‘대처(對處)하다’는 “어떤 정세나 사건에 대하여 알맞은 조치를 취하다”를 가리키고, ‘조치(措置)’는 “벌어지는 사태를 잘 살펴서 필요한 대책을 세워 행함”을 가리킨다고 ‘대책(對策)’은 “어떤 일에 대처할 계획이나 수단”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빙글빙글 도는 말풀이가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아무튼 이 한자로 쓴 ‘대안’이라면 ‘맞이할 방안’이나 ‘마주할 방안’을 나타내는 셈입니다.
대안을 내놓다 → 새 생각을 내놓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 다른 길이 없으니
대안을 세우다 → 새 생각을 세우다
대안이 쉽게 떠오르지 → 다른 길이 쉽게 떠오르지
어느 한자말을 쓰든 ‘대안’은 예전 길로는 갈 수 없다는 느낌을 나타냅니다. 예전 길은 그만두고 ‘다른’ 길이나 ‘새로운’ 길로 가야 한다는 느낌을 나타내지요. 이리하여, 우리가 생각할 대목은 바로 ‘다름’과 ‘새로움’입니다.
‘새로운 생각’이나 ‘새로운 길’이나 ‘다른 생각’이나 ‘다른 길’이라고 말하면 됩니다. 새롭게 바라보려 하기에 ‘대안 찾기’를 한다 말하고, 다르게 나아가려 하기에 ‘대안’을 놓고 생각을 모읍니다.
새길 찾기 . 새꿈 찾기 . 새삶 찾기 . 새넋 찾기 . 새빛 찾기
때와 곳에 따라 이야기가 다를 테니 어느 한 가지로 못박을 수는 없습니다. 그때그때 알맞게 새로운 낱말을 지어서 쓰면 됩니다. ‘새-’를 앞가지로 삼아 우리 마음을 북돋울 낱말을 요모조모 생각해 보면 됩니다. 4348.3.31.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렇다고 한숨쉬기 말고 다른 길은 참말 없을까
“체념(諦念)하는 것 말고”는 “두 손 들기 말고”나 “한숨쉬기 말고”로 손질하고, ‘정(正)말’은 ‘참말’로 손질하며, “없는 걸까”는 “없을까”로 손질합니다.
대안(代案) : 어떤 안(案)을 대신하는 안
- 대안을 내놓다 / 대안을 제시하다 / 다른 대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대안(對案)
1. 어떤 일에 대처할 방안
- 대안을 마련하다 / 대안을 세우다 / 대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2. 책상이나 밥상 따위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음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