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아는 사춘기 박스 세트 - 전8권
기무라 치카 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83



아이들은 짝짓기 놀이에 한창 바쁘다

― 쫑아는 사춘기 1

 키무라 치카·아키모토 야스시 글·그림

 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4.12.25.



  키무라 치카·아키모토 야스시 님이 빚은 만화책 《쫑아는 사춘기》(학산문화사,2004) 첫째 권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열두 살 나이인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보거나 느끼거나 살피면서 지낼는지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열두 살 어린이한테는 무엇이 가장 대수로운 삶이 될는지 찬찬히 생각해 봅니다.


  내가 열두 살 나이였을 적에 무엇을 했는지부터 되짚습니다. 나는 열두 살에 그저 놀았습니다. 학교 숙제와 문제집 숙제와 학습지 숙제가 늘 있었지만, 숙제는 곧잘 미루면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러나 학교 숙제는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학교 숙제를 빠뜨리면, 학교에서는 어김없이 어마어마하게 때려댔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학교는 교사가 학생을 안 때리거나 덜 때리지만 1980년대 국민학교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 안팎에서 ‘매질 소리’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뭇매질에서 살아남으려고 학교 숙제만큼은 빠뜨리지 않으려 했고, 문제집이나 학습지 숙제는 설렁설렁 건너뛰곤 했습니다. 학교 숙제만으로도 놀 겨를과 잠잘 틈이 모자라거든요.



- ‘멋있는 사람을 만나면 좋겠는데. 마음이 따스해지는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4∼5쪽)

- “아마 모두들 사립학교에서 전학 온 영웅이가, 혼자만 붕 뜨지 않게 마음을 써 준 걸 거야.” (17쪽)





  내가 사내가 아닌 가시내였어도 마냥 놀았을까 하고 가만히 곱씹어 봅니다. 내가 가시내였으면 ‘마음에 드는 사내’를 고르거나 살폈을는지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나는 가시내가 아니니 모르겠으나, 내가 가시내였다 하더라도 신나게 뛰노는 데에 더 마음을 기울였으리라 느낍니다. 사내들도 ‘마음에 드는 가시내’를 고르거나 생각하기 일쑤이지만, 아무튼 사내이든 가시내이든 ‘놀이’를 하면 다른 모든 일을 잊습니다. 노느라 바쁩니다.


  그러면, 만화책 《쫑아는 사춘기》에는 어떤 이야기가 흐를까요? 이 만화책에서는 ‘놀이’ 이야기는 거의 안 나옵니다. ‘쇼핑’ 이야기는 더러 나오지만, 이 만화책을 이루는 바탕은 ‘짝짓기’입니다. ‘마음에 드는 아이’를 골라서 그 아이하고 어떻게 하면 더 가까워질 수 있는가 하는 대목을 생각하는 이야기만 흐릅니다. ‘마음에 드는 아이’하고 가까이 지내는 일이 ‘학교에서 꾀하는 모든 몸짓’입니다.



- ‘좋아하는 사람의 글을 쓰면서 잠들면, 그 사람의 꿈을 꿀 수 있다. 모두 글짓기 덕분이야.’(46쪽)

- “좋아하는 사람을 ‘아빠’라고 썼는데, 쓰다 보니까 아빠 험담을 하고 있는 거 있지. ‘엄마’로 쓸 걸 그랬어. 쫑아 넌 누구를 썼니?” (47쪽)





  짝짓기가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짝짓기를 하면서 노는 일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린이 삶을 오직 짝짓기로만 바라보면서 다가가도 될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지도 않으면서 짝짓기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을 이런 몸짓과 마음으로 몰아붙여도 괜찮을까요?


  만화로 그리거나 다루는 이야기는 무엇이든 나쁘거나 대수롭지 않다고 느낍니다. 짝짓기 이야기로도 얼마든지 꿈과 사랑을 노래할 수 있고 삶을 밝힐 만합니다. 곰곰이 따지면, 어른이 보는 만화에도 짝짓기 이야기가 수두룩합니다. 어른이 읽는 소설이나 시에도 짝짓기 이야기가 넘칩니다. 영화도 그렇고 연속극도 그렇지요. 하나하나 따지면,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나 죄다 짝짓기 놀이라고 할 만합니다.



- ‘나리가 좋아하는 남자 애의 상처를 치료해 줬어요. 나리는 도망치지 않고 옆에서 쭉 지켜봤죠.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 눈앞에 펼쳐져도, 다시는 도망치지 말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64쪽)

- ‘어떡하지? 나리한테 또 거짓말을 하고 말았어.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 짱구한테도 연하장이 왔는데. 어라? 무지하게 기뻐야 하는데, 마음이 아픈 건 왜일까요? 이상하죠?’ (112∼113쪽)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아이’를 어떻게 살필 만할까 궁금합니다. 얼굴이 이쁘장하거나 잘생겨 보이면 마음에 들까요? 그러면 이쁜 얼굴이나 잘생긴 얼굴을 가르는 잣대는 무엇일까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 얼굴이 잣대가 될까요?


  옷을 번듯하게 차려입거나, 시험성적이 잘 나오거나, 운동을 잘한다면, 마음에 드는 아이가 될까요? 짝을 짓는 잣대란 무엇일는지요?


  만화책 《쫑아는 사춘기》가 ‘마음에 드는 아이’를 찾으려는 기나긴 나날을 그리려 한다면, 이러한 여러 가지도 골고루 짚거나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는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더군다나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뛰놀면서 웃고 노래하는 삶은 그리지 못하면서, 그저 ‘짝짓기 생각’으로 온 하루가 저무는 이야기로 만화를 그린다면, 이 만화책을 아이들한테 읽힐 뜻이 있는지 없는지 아리송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에 앞서 어른들부터 짝짓기 놀이에 한창 바쁩니다. 어른들은 이녁 삶을 아이들한테 고스란히 물려줍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어른이나 아이나 서로 똑같이 짝짓기 놀이에 바쁩니다. 다른 것은 안 보입니다. 그저 이렇게 달리고 나아가기만 합니다. 4348.3.30.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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