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코형사 ONE코 9
모리모토 코즈에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84



함께 일하는 사이라면

― 개코형사 ONE코 9

 모리모토 코즈에코 글·그림

 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5.2.15.



  모리모토 코즈에코 님 만화책 《개코형사 ONE코》(대원씨아이,2015) 아홉째 권을 읽습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원코’라는 형사는 개코입니다. 개처럼 생긴 코가 아닌, 개처럼 냄새를 맡는 코입니다. 사람이면서 개처럼 냄새를 잘 맡아서, 냄새로 여러 가지 실마리를 풀고, 막히거나 어려운 고비를 넘깁니다. 다만, 냄새는 잘 맡는데, 이래저래 덜렁거리고, 앞을 잘 내다보지 못한 채 섣불리 덤비기도 합니다.



- “아, 그럼 당신이 원코? 어머, 귀여워라.” “네? 아잉 몰라. 선배, 지금 저 말 들으셨어요?” “옷 칭찬이잖아.” (7∼8쪽)

- “전 반장님이 그럴 분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는 거예요! 사모님이 불쌍하잖아요. 반장님의 건강을 그렇게 걱정하시는데.” “그러다가 만약 진짜 바람이라면 어쩌려고? 반장님한테 바람 피우지 말라고 말할 거야?” “당연하죠!” (17쪽)




  ‘개코형사’인 ‘원코’는 제 솜씨를 아낌없이 뽐냅니다. 냄새 하나만으로도 실마리를 잡을 수 있으니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다른 일은 그리 잘 하지 못합니다. 다른 형사도 가만히 보면 저마다 잘 하는 일이 있어요. 그런데 다른 형사도 잘 하지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누구한테나 뛰어난 솜씨가 한 가지 있으면서, 조금 어수룩하거나 많이 어설픈 대목이 있습니다. 잘 하는 솜씨는 서로 북돋우고, 어수룩하거나 어설픈 대목은 서로 감싸면서 채워 줍니다. 함께 모임이나 모둠을 이루어 돕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일을 해냅니다.



- “사람이 한 명 죽었어요. 범인은 고작 푼돈 때문에 노인을 죽인 인간이에요. 뭔가 아시면 부디 말씀해 주세요.” (57쪽)

- “아베 유타, 진짜 못 말릴 녀석이구만. 넌 지난 6년 동안 뭔가 하나라도 배운 게 없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던 게냐?” “시끄러! 시끄럽다고! 네놈 때문에 그 망할 여자를 죽이지 못했어! 빌어먹을!” “그거 참 안됐군.” (72∼73쪽)




  아주 솜씨가 뛰어난 사람이 있으면 혼자 모든 일을 다 풀는지 모릅니다. 아주 빼어난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한테서 도움을 안 받을는지 모릅니다. 깊은 멧골에서 혼자 지내는 사람이라면 밥도 옷도 집고 손수 건사할 테니, 굳이 다른 사람이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 손수 삶을 지으면서 지내는 사람도 낱낱이 따지면 모든 일을 혼자 해내지는 못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해님이 비추어야 하고, 비가 와야 하며, 바람이 불어야 하고, 풀과 나무가 자라야 하며, 새와 벌레가 있어야 하고, 흙이 기름져야 하는데다가, 냇물과 샘물이 흘러야 합니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서 서로 돕고 기대는 삶을 이룹니다. 사람과 사람은 다른 이웃인 숲과 들과 온누리하고 이어지면서 서로 돕고 기대는 삶을 이룹니다.



- “새벽에 정원을 파다니 딱 봐도 이상하잖아요.” “꽃이라도 심으려던 게 아닐까?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까.” (95쪽)

-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원코가 걱정돼서 그냥 둘 수 없었던 거죠? 부럽다.” “아니거든! 너희가 바보라서 그래! 정원에 몰래 들어가서 원코한테 냄새 맡아 보라고 시킬 생각인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116쪽)





  삶을 이루는 바탕은 사랑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웃이 되어 어깨동무를 할 적에는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짝짓기 같은 살섞기가 아닌,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아낄 줄 아는 사랑입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뭇느낌이 아닌, 마음으로 손을 맞잡을 줄 아는 사랑입니다.


  개코형사가 일을 풀 적이든, 다른 형사가 실마리를 찾을 적이든, 사건이나 사고를 풀려는 뜻만으로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이웃을 믿고, 나 또한 서로 이웃이 되며, 저마다 살가운 동무가 될 수 있는 마음일 때에 함께 일을 합니다.



- “당연히 너도 원코랑 뜻을 함께하는 줄 알았거든.” “하긴 뭘해요.” “원코는 아직도 혼자서 냄새를 맡고 다니는 모양이던데.” “예?” … “그 녀석은 자신이 맡은 냄새에 확신을 가지고 있잖아? 넌 우리보다 원코와 더 오래 알고 지냈으니 그 녀석의 코를 믿고 함께 행동하는 줄 알았지.” (147∼148쪽)




  운동선수는 운동을 하는 선수입니다. 운동을 할 적에 남몰래 나쁜 짓을 한다든지 꾐수를 쓴다면, 이녁은 운동도 안 하는 셈이요 선수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여느 회사원과 공무원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규칙이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 떳떳한 삶으로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규칙이나 원칙이라서 지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왜 나쁜 짓을 굳이 몰래 하려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저마다 착한 마음이 되어 즐겁게 일한다면, 규칙이나 원칙이 있을 까닭이 없어요. 우리는 모두 법 없이 아름다운 삶을 이룰 때에 사랑스럽습니다. 따로 법이 없어도 아름답게 아끼고 어깨동무를 할 때에 사랑이 싹터요.


  그러니까, 법을 어긴다든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법을 어긴 잘못’이나 ‘범죄를 저지른 나쁜 일’ 때문에 붙잡혀서 감옥에 가야 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범죄자 스스로 삶을 아끼지 못하고 사랑이 없는 모습’을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나쁜 짓은 언젠가 들통이 납니다. 나쁜 짓은 냄새가 나기 마련이니, 개코형사 같은 사람이 있어서 이를 샅샅이 찾아내기 마련입니다. 남몰래 숨어서 나쁜 짓을 일삼아서 성적이나 결과나 성과만 내려고 한다면, 이런 껍데기로는 내 삶조차 북돋우지 못합니다.


  꽃내음이 향긋하게 퍼질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을 걸을 노릇입니다. 함께 일하는 사이라면, 함께 삶을 지으려는 이웃이라면, 함께 사랑으로 나아가려는 동무라면, 우리는 아름다운 웃음꽃을 피울 노릇입니다. 4348.3.24.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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