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드는 어린이



  한국말에서 ‘철’이 든다는 말은, ‘홀로서기’를 한다는 뜻이면서 ‘제금을 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철이 들 무렵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되었다는 뜻이요, 따로 살림이 나서 스스로 하루를 일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리하여, 철이 든 사람은 내 손으로 삶을 짓습니다. 철이 들지 않은 사람은 내 손으로 삶을 짓지 못합니다. 나이가 많이 차기에 철이 들지 않습니다. 스스로 삶을 지을 만한 슬기와 마음과 몸이 될 때에 철이 듭니다.


  옛이야기를 가만히 살피면, 어느 이야기이든 반드시 ‘철 들 무렵 아이’가 나옵니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사람이 어른이라면, 이 어른은 ‘철이 아직 들지 않았으나 곧 철이 들려고 하는 어른’이기 일쑤입니다. 그러니까, 옛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는 사람은 ‘철이 언제 어떻게 드는가’ 하는 실타래를 천천히 풀면서, 이야기 한 자락으로 삶을 물려주거나 가르치려 했구나 싶습니다.


  오늘날 어린이문학이나 어른문학을 보면 ‘철 들 무렵 아이’나 ‘철이 드는 어른’은 거의 안 나옵니다. 그냥 ‘철없는 아이’나 ‘철없는 어른’이 잔뜩 나옵니다. 스스로 삶을 짓는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문학에 담는 흐름이 거의 끊깁니다. 스스로 삶을 짓는 기쁨이나 즐거움을 놀라우면서 새롭게 문학으로 빚어서 나누는 흐름도 거의 끊깁니다.


  문학은 어떤 구실을 할까요. 문학은 왜 빚어서 나눌까요.


  문학은 심심풀이로 그칠 수 없습니다. 문학은 고전이나 명작이 아닙니다. 문학은 언제나 ‘삶이야기’요, ‘삶이야기’란 어른이든 아이이든 철이 제대로 들면서 사람다운 구실을 하도록 이끌어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즐겁게 하루를 짓도록 이끄는 사랑노래입니다. 우리는 모두 철이 제대로 드는 어른이 되면서, 씩씩한 사람이 되어야 아름다우리라 느낍니다. 4348.3.20.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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