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는 오줌싸개 내 아이가 읽는 책 5
다나카 키요 글 그림, 이예린 옮김 / 제삼기획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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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91



도깨비를 보았구나

― 연지는 오줌싸개

 다나카 키요 글·그림

 이예린 옮김

 제삼기획 펴냄, 2002.7.15.



  나는 어릴 적부터 무엇을 보았습니다. ‘무엇’이 무엇인가 하면, 참말 무엇입니다. 귀신도 아니고 도깨비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무엇’입니다. 그런데, 이 무엇은 밤과 낮 언제나 보입니다. 잠을 자려고 해도 보이고, 멀쩡히 돌아다녀도 보입니다. 길을 걸을 적에도 보일 뿐 아니라, 책을 읽을 적에도 보입니다.


  어릴 적에 ‘무엇’을 볼 적마다 흠칫흠칫 놀랐고, 무섭거나 두렵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은 그저 ‘귀신’이라고 놀리는 말을 했지만, 귀신이라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내가 본 무엇이 귀신이었으면 나를 해코지하거나 괴롭혔을 테니까요. 내가 본 무엇은 늘 내 둘레에서 그저 나를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 타박타박 연지가 길을 걷고 있었어요. 저기 커다란 버드나무 건너, 연지네 집이 보여요. 하얀 이불이 팔락팔락 흔들리고 있네요. 연지가 지난밤 오줌을 쌌던 이불이지요 ..  (3쪽)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봅니다. 다만, 아이에서 어른으로 몸이 바뀌면서 ‘무엇’을 잊는 사람이 많습니다. 티없는 눈으로 바라볼 적에는 ‘무엇’이 그저 무엇일 뿐입니다. 무섭거나 두려울 까닭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도깨비와 귀신 같은 말을 하고, 때로는 괴물이나 유령이라는 말을 합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내 둘레에서 늘 알아차릴 수 있던 그 ‘무엇’은 언제나 내 둘레에서 나를 지켜보면서 나를 지켜 주었구나 싶습니다. 내가 샛길로 빠지지 않도록 지켜보고, 내가 스스로 씩씩하게 삶을 짓는 길로 나아가도록 도왔구나 싶어요.



.. 도깨비가 아니라 도깨비 인형이었어요. “이런 도깨비라면 하나도 무섭지 않아!” 연지는 애써 씩씩한 척 말해 보았어요. 그러고는 거기에 앉아, 한참 동안 그 인형을 살펴보았지요. 인형의 얼굴이 무척 귀여웠어요 ..  (4쪽)





  다나카 키요 님이 빚은 그림책 《연지는 오줌싸개》(제삼기획,2002)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연지’라는 아이는 도깨비를 봅니다. 낮이고 밤이고 도깨비를 봅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도깨비를 무섭게 여깁니다. 이리하여, 도깨비는 연지하고 놀려고 밤마다 연지한테 찾아와서 ‘으앙!’ 하고 입을 쩍 벌리면서 놀래킵니다. 연지라는 아이를 놀래키는 재미로 밤마다 찾아오거든요.


  연지는 그만 도깨비한테 깜짝 놀라서 밤마다 오줌싸개가 됩니다. 이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다른 도깨비가 연지한테 ‘인형’ 모습으로 찾아갑니다. 인형 모습으로 연지한테 찾아간 도깨비는 연지한테 새로운 생각을 심어 줍니다. ‘자, 보렴, 도깨비라고 다 무섭지는 않지? 도깨비도 귀엽지?’


  연지한테 인형 모습으로 찾아간 도깨비는 이날 밤, 연지가 화장실에 혼자 갈 적에 함께 가 줍니다. 그리고, 연지를 놀래키는 개구쟁이 도깨비를 한방에 눕힙니다. 이제 그만 놀리렴, 이제 연지가 씩씩하게 놀 수 있도록 해 주렴, 이런 이야기를 개구쟁이 도깨비한테 넌지시 알려줍니다.



.. 예전에 할머니가 집에 오셨을 때의 일입니다. 연지가 오줌 싼 이불을 보고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연지는 도깨비가 무서워 화장실에 못 가는 거구나?” 연지는 깜짝 놀랐어요. 할머니가 어떻게 아셨을까 궁금하기도 했지요. “도깨비를 무서워하면 안 돼. 도깨비는 겁쟁이 집에만 찾아가거든.” ..  (7쪽)




  우리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한테 제대로 알려주어야 합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도깨비’나 ‘수많은 무엇’을 본다는 이야기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볼 수 있는 ‘무엇’은 두렵거나 무섭지 않은 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무엇’한테 똑똑히 말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나를 놀래키지 말고, 나랑 놀고 싶다면 상냥하게 다가오렴, 하고 말해야 한다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 씩씩하게 내 길을 걸어갈 테니, 너도 그만 네 길로 떠나렴, 하고 말해야 한다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 겨우겨우 화장실 문 앞까지 갔을 때, 이상한 일이 생각났어요. 항상 닫아 두는 화장실 문이 아침이면 다시 열려 있는 것입니다. “아침마다 엄마가 열어 두는 것이 틀림없어. 그렇지, 도롱아?” 연지는 그렇게 말하고, 불을 켜려고 손을 뻗었어요. 자기도 모르게 손이 바들바들 떨렸어요 ..  (21쪽)



  그림책에 나오는 연지는 착한 아이입니다. 착한 아이인 연지이기에 도깨비를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이 맑으니 도깨비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 착한 마음에 사랑스러운 숨결이 깃들 수 있도록 둘레 어른이 조금 더 따스하게 품어 주기를 빌어요. 이 맑은 넋에 고운 꿈이 자랄 수 있도록 둘레 어른이 한결 더 너그러이 안아 주기를 빌어요.


  그러니까, 연지는 오줌싸개가 아닙니다. 연지는 그냥 ‘아이’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서도록 어른은 손을 잡아 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씩씩하게 웃고 춤추면서 노래하도록 어른은 곁에서 상냥하게 지켜보면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4348.3.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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