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68) 땡땡이 2 (땡땡이를 치다, 농땡이를 부리다)


[한국말사전]

1. 흔들면 땡땡하는 소리가 나게 만든 아이들의 장난감

2. ‘종(鐘)’을 속되게 이르는 말

3. ‘전차(電車)’를 속되게 이르는 말


[일본말사전]

1. (장난감) でんでん太鼓たいこ.

2.  [속어] (종) 鐘かね.



  ‘물방울’ 무늬를 ‘땡땡이(てんてん-)’라 말하는 일은 올바르지 않다는 이야기가 제법 퍼졌습니다. 다만, 제법 퍼졌어도 제대로 고쳐쓰거나 바로잡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그런데, ‘땡땡이’라는 말은 무늬를 가리키는 자리에만 쓰지 않습니다. 다른 자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두 가지 사전을 찾아보면, 한국말사전에 나온 ‘땡땡이’는 일본말사전에 나온 ‘땡땡이’와 똑같은 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말사전에 실린 ‘땡땡이’는 한국말이 아닌 일본말입니다.


[한국말사전]

땡땡이치다(속되게) : 꾀를 부려서 일이나 공부 따위를 열심히 하지 않다

   - 수업을 땡땡이치다

땡땡이 :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눈을 피하여 게으름을 피우는 짓

   - 학교에 가지 않고 땡땡이를 부리다


[일본말사전]

サボタ-ジュ : 사보타주, 태업, 게으름 피움

サボる : [속어] 사보타주하다, 게으름 피우다

   - 授業をサボるのはよくないよ 수업 땡땡이치는 건 안 좋아


  ‘땡땡이치다’라는 말을 한국사람도 널리 씁니다. 한국말사전에 올림말로 나옵니다. 그러면 ‘땡땡이치다’에서 ‘땡땡이’는 무엇을 가리킬까요? 바로 ‘쇠북’인 ‘종’을 가리킵니다. 일본에서는 쇠북을 치는 소리를 ‘땡땡’으로 적습니다. 이러면서 ‘쇠북’을 가리키는 낱말이 ‘땡땡이’인 셈이고, 이러한 말밑을 바탕으로 “꾀를 부려서 일이나 공부를 안 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자리에까지 썼어요.


  한편, 일본에서는 ‘게으름 피우다’를 ‘사보타주’라는 외국말을 빌어서 ‘사보루(サボる)’ 꼴로 씁니다. 그런데 이 말투를 한국말로 옮기거나 일본말을 배우는 분들이 ‘땡땡이치다’로 잘못 쓰거나 옮기기 일쑤입니다. 일본말을 다른 일본말로 옮기는 셈이라고 할까요.


 油を賣る(あぶらをうる)


  ‘땡땡이’와 비슷하게 쓰는 낱말로 ‘농땡이’가 있습니다. ‘농땡이’도 일본말입니다. 그러나 이 낱말도 한국말사전에 버젓이 올랐으며, 말밑이 무엇인지 제대로 밝히지 못합니다. 일본에서 “기름을 붓는 일을 하다가 노닥거리기만 한다”는 뜻에서 비롯한 낱말인 ‘농땡이’입니다. 그리고, ‘농땡이’나 ‘땡땡이’는 모두 막일판(공사판)에서 널리 썼다고 합니다. 막일판을 일본말로 ‘노가다(土方どかた)판’이라 합니다.


  이제 간추려 보자면, 일제강점기부터 ‘노가다’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노가다’에서 쓰던 일본말 ‘땡땡이를 치다’와 ‘농땡이를 부리다’가 마치 한국말이라도 되는듯이 스며들어서 퍼진 셈입니다. ‘노가다’는 ‘막일’로 바로잡아서 쓴다고 하는데, 아직 ‘땡땡이’와 ‘농땡이’는 한국말로 바로잡지 못하는 셈입니다.


 빼먹기 ← 땡땡이

 빼먹다 ← 땡땡이를 치다

 노닥거림 ← 농땡이

 노닥거리다 ← 농땡이를 부리다


  이제라도 한국말을 바르게 살펴서 옳게 쓸 수 있기를 빕니다. 굳이 일본말을 빌어서 ‘빼먹기’와 ‘노닥거림’을 나타내야 하지 않습니다. 4348.3.18.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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