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93) 온별누리·해누리·별누리·온누리


  나는 어릴 적부터 ‘태양계(太陽系)’와 ‘은하계(銀河系)’라는 말을 들엇습니다. 학교에서 이렇게 가르치고, 어른들도 이 같은 말을 썼습니다. 책이나 신문이나 방송에도 모두 이렇게 나와요. 그런데, ‘태양계’는 ‘해’가 한복판에 있습니다. ‘은하계’에는 별이 가득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여러 별이 해를 둘러싸고 도는 곳이라면 왜 ‘해’라는 낱말을 안 쓰고 ‘태양’이라는 한자말을 써야 할까요? 별이 수없이 많다고 하는 곳을 가리키는 이름이라면 왜 ‘별’이라는 낱말을 안 쓰고 ‘은하’라는 한자말을 써야 할까요?


 온누리 ← 천지, 우주

 별누리 ← 천체

 해누리 ← 태양계

 온별누리 ← 은하계


  ‘누리’라고 하는 낱말이 있습니다. 이 낱말을 바탕으로 삼아서, 오늘날 우리가 쓰는 여러 가지 이름을 담아내 보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먼저, ‘온누리’가 있어요. 지구별을 모두 아우를 적에 ‘온누리’라는 말을 쓰고, 지구별뿐 아니라 다른 모든 별을 아우르면서 ‘온누리’를 쓰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별누리’가 있어요. 별이 있는 너른 터를 가리키는 이름이 되는 ‘별누리’입니다. 지구에서 지구 바깥을 바라본다면 ‘별누리’라는 이름을 쓸 만해요.


  그리고 ‘해누리’가 있습니다. 해를 한복판에 놓고 흐르는 별누리이기에 ‘해누리’라 할 수 있어요. 한편 ‘온별누리’가 있어요. 드넓어 끝이 보이지 않도록 별이 가득한 곳을 아우를 적에는 ‘온별 + 누리’나 ‘온 + 별누리’ 꼴로 새말을 지을 만합니다. 모든 별이 있는 누리입니다. 모든 별누리가 있는 커다란 품입니다.


  다만, 이런저런 낱말을 과학에서 받아들여서 쓸는지 안 쓸는지 모릅니다. 과학이 아는 여느 자리에서 이런 낱말을 쓰자고 하면 얼마나 받아들일는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해누리’나 ‘별누리’ 같은 낱말을 꽤 널리 쓰고, ‘온누리’ 같은 낱말도 제법 널리 씁니다. 이 낱말 가운데 한국말사전에 오른 낱말은 없습니다만, 우리가 이 낱말을 알뜰살뜰 사랑하면서 쓴다면, 머잖아 한국말사전에도 오를 테고, 우리 넋을 북돋우는 말길도 새로 틀 수 있으리라 봅니다. 4348.3.17.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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