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66) ‘-의’를 쓸 자리 (‘나의’와 ‘내’)


주춤주춤 뒤로 돌아서는 현하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나의 실수를 깨달았다

《문현식-선생님과 함께 일기 쓰기》(철수와영희,2012) 191쪽


 나의 실수를 깨달았다

→ 내 잘못을 깨달았다

→ 내 바보스러운 잘못을 깨달았다

→ 내가 잘못했다고 깨달았다

→ 내가 잘못한 줄 깨달았다

 …



  아이가 말을 잘 쓰려면, 아이 곁에 있는 어른이 말을 잘 써야 합니다. 예부터 모든 말은 언제나 어버이가 아이한테 물려주었습니다. 그러니, 아이는 모름지기 저를 낳은 어버이가 말을 어떻게 하느냐를 살펴서 물려받았어요. 예부터 고장과 고을과 마을마다 말이 달랐기에, 아이는 언제나 제 어버이가 쓰는 말을 하나하나 물려받아 ‘사투리를 어른과 똑같이’ 잘 썼습니다.


  오늘날에는 사투리를 잘 쓰는 어른이 드뭅니다. 고장마다 소릿값은 조금 남았으나, 말씨나 낱말에서는 사투리가 거의 사라졌다고 할 만합니다. 오늘날 여느 어버이는 거의 모두 학교를 다니면서 ‘교과서 말투’를 익혔고, 학교를 다니는 동안 방송과 신문과 책을 만나면서 ‘방송·신문·책 말투’를 받아들여요. 그래서 오늘날 아이들은 ‘어버이 말투’는 거의 못 물려받으면서 ‘교과서 말투’와 ‘방송·신문·책 말투’를 물려받아서 씁니다. 그러니까, 오늘날에는 어린이 누구나 ‘집에서 어버이가 쓰는 말’보다 ‘학교에서 교사가 쓰는 말’에 훨씬 크게 물든다고 할 만합니다. 집에서 어버이가 가르쳐서 물려줄 수 있는 말은 드물고, 학교에서 교사가 가르쳐서 물려주는 말이 훨씬 큽니다.


 뒤로 돌아서는 현하의 뒷모습을

→ 뒤로 돌아서는 현하 모습을

→ 뒤로 돌아서는 현하를

→ 뒤돌아서는 현하 모습을

→ 뒤돌아서는 현하를

→ 현하가 뒤돌아서는 모습을

→ 현하가 뒤로 돌아서는 모습을


  이 보기글을 보면 두 군데에 ‘-의’가 나옵니다. 하나는 “나의 실수”이고, 둘은 “현하의 뒷모습”입니다. “나의 실수”는 “내 실수”나 “내 잘못”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나의’는 한국말이 아닌 일본말이기 때문입니다. ‘sorry’를 ‘쏘리’로 적는다고 하더라도 한국말이 아닌 영어입니다. ‘私の’를 ‘나의’로 적는다고 하더라도 한국말이 아닌 일본말입니다. 이 일본말을 영어사전에서 “my = 나의”로 풀이하더라도, 한국말이 아닌 일본말일 뿐입니다.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분은 이 대목을 슬기롭게 읽고 살펴 주어야 합니다. 교과서나 책에 적힌 글이라 하더라도 잘못 적힌 글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때에는 교과서나 책에 적힌 글을 어떻게 고치거나 바로잡아서, 한국말을 어떻게 배워야 제대로 잘 배우는가 하는 대목을 밝힐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몫을 해 주는 사람이 참다운 교사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교사는 어느 과목을 맡든 ‘말’로 가르칩니다. 교사는 언제나 ‘말’을 슬기롭게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수학 교사이든 과학 교사이든 음악 교사이든 체육 교사이든 ‘말’을 올바로 다루지 못한다면 참다운 교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국어 교사라면 더더욱 말을 잘 다루어야 하고요.


  그러나, 교사 자리에 선 어른도 미처 못 깨달을 수 있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교사가 되기까지 한국말을 제대로 가르치거나 알려주는 교육과정이 없을 수 있어요. 이런 교육과정을 거쳤어도 제대로 모르거나 못 배웠을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학생 자리에 서는 어린이와 푸름이가 스스로 제대로 살펴서 배우면 됩니다. 내 어버이가 나한테 말을 잘 가르쳐 주지 못했다 하더라도, 어린이와 푸름이가 스스로 말을 잘 배우도록 마음을 기울이면 돼요.


  우리가 말을 배우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어버이와 어른한테서 배웁니다. 둘째, 나 스스로 배웁니다. ‘-의’를 잘못 쓰는 어버이와 어른이 대단히 많기 때문에, 어린이와 푸름이는 이 대목을 둘레 어버이나 어른한테서 슬기롭게 배우기에는 많이 어렵다 할 만합니다. 그래서 ‘-의’를 제대로 쓰는 길은 어린이와 푸름이 스스로 차근차근 살펴서 익히기를 바라요.


  으레 어른이 아이를 가르치는 얼거리일 테지만, 어린이와 푸름이가 슬기롭고 똑똑하게 잘 배웠으면, 어린이와 푸름이가 어버이와 어른을 얼마든지 사랑스럽고 즐겁게 잘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4348.3.16.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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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주춤 뒤로 돌아서는 현하를 보면서 내 잘못했다고 깨달았다

현하가 주춤주춤 뒤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 내 잘못을 깨달았다


“현하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瞬間)”은 “현하 뒷모습을 보는 때”나 “현하 뒷모습을 보면서”로 손볼 만한데, 글흐름을 살펴서 “현하가 뒤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로 손보아도 됩니다. ‘실수(失手)’는 ‘잘못’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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