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베르에게 마흔두 번째 누이가 생긴다고요 일공일삼 15
크리스티안 뒤셴 지음, 윤미숙 그림, 심지원 옮김 / 비룡소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어린이책 읽는 삶 85



어떤 말을 하고 싶니

― 베베르에게 마흔두 번째 누이가 생긴다고요?

 크리스티안 뒤셴 글

 윤미숙 그림

 심지원 옮김

 비룡소 펴냄, 2001.11.30.



  내가 하는 말은 모두 내 마음입니다. 내 마음은 말이라는 옷을 입고 내 둘레로 퍼집니다. 내가 하는 말은 이야기를 담고 살붙이와 이웃한테 천천히 퍼지고, 이렇게 퍼진 말은 지구별을 두루 한 바퀴를 돌고 나서 나한테 돌아옵니다.


  네가 하는 말은 모두 네 마음입니다. 네 마음은 말이라는 옷을 입고 네 둘레로 퍼져요. 네가 하는 말은 이야기를 싣고 네 살붙이와 이웃한테 가만히 퍼지며, 이렇게 퍼진 말은 지구별을 샅샅이 한 바퀴를 돌고 나서 너한테 돌아갑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나한테 하는 말입니다. 네 말은 네가 너한테 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면서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은 모두 우리 스스로 읊는 말인 셈입니다.



.. 베베르의 아빠는 언제나 쾌활하고 어린아이와 같은 상상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또 그토록 반짝이는 눈을 가진다는 건 흔치 않아요. 아빠는 세상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고, 무슨 일이든 남들과 똑같이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것을 비웃곤 하죠. 또 아빠는 말 태워 주기, 칠면조처럼 달리기, 거꾸로 사다리 태워 주기 등 온갖 엉뚱한 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 엄마를 일찍 여의기는 했지만, 베베르는 전혀 불행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매우 슬프기는 했지만요. 하지만 베베르에게는 엄마를 대신해 주기에 충분한 누나들이 많이 있습니다 ..  (8, 11쪽)



  가는 말이 고울 적에 오는 말이 곱습니다. 내가 스스로 고운 말을 하면, 내 마음은 언제나 곱습니다. 가는 말이 거칠 적에 오는 말이 거칩니다. 내가 스스로 거친 말을 하면, 내 마음은 언제나 거칠어요.


  다만, 고운 말을 하기에 마음이 꼭 사랑스럽지는 않습니다. 거친 말을 하니까 마음이 꼭 안 사랑스럽지는 않습니다. 마음에 미움이 가득한 채 말만 곱게 하는 사람이 있고, 마음에 사랑이 가득한 채 말만 거칠어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겉치레로 말하는 사람은 언제나 겉치레 말을 돌려받습니다. 속마음을 따스히 가꾸며 말하는 사람은 언제나 속마음이 따스한 말을 돌려받아요.


  이것을 해 주기에 이것을 받는 얼거리가 아닙니다. 내가 나한테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기에 내가 스스로 사랑을 거둡니다. 내가 나한테 기쁨이라는 씨앗을 심으니 내가 스스로 기쁨을 거두어요.



.. 플라비 아줌마는 베베르의 집에 있는 나이프, 냅킨, 냄비, 화분, 국자, 소금 그릇 등 물건들의 엄청난 수를 알게 될 때마다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플라비 아줌마는 이 집을 베베르와 함께 누리기를 원했습니다. 또, 수백 개의 불필요한 물건들, 단추 모음이나 가지각색 병들의 수를 베베르와 같이 세면서 놀 수 있다면 좋아했을 거예요 … “플라비 아줌마는 또 이렇게 말했어. ‘골목길의 꽃들은 꼭 정원에서 도망쳐 나온 것 같고 벽의 칠은 다 떨어져 나갔지. 한 번은 참새 백 마리가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것도 보았단다.” ..  (32, 41쪽)



   크리스티안 뒤셴 님이 쓴 어린이문학 《베베르에게 마흔두 번째 누이가 생긴다고요?》(비룡소,2001)를 읽습니다. 마흔한째 아이입니다. 베베르를 낳은 아버지는 막내 베베르를 낳기 앞서 마흔 아이를 낳았다고 합니다. 나이로는 할아버지이지만, 베베르한테는 언제나 아버지라고 합니다.


  베베르는 아버지가 다섯째로 혼인을 해서 새로운 어머니를 맞아들이는 모습이 반갑지 않다고 합니다. 새로운 어머니하고 말을 안 섞기로 합니다. 제 밑으로 새로운 동생이 찾아오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커다란 집안에 아이가 하나 더 생기는 일은 달갑지 않다고 합니다.


  베베르네 누나한테 동생은 어떤 숨결이었을까요. 베베르네 누나들은 동생이 생길 적에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어떤 누나는 베베르한테 거의 할머니뻘이 될 텐데, 서로 어떤 사이가 되어 지낼까요.



.. 플라비 아줌마는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까? 플라비 아줌마와 살게 된 이래 처음으로 베베르는 자기가 아줌마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누군가가 자기 집에 들어와서, 바로 옆에 앉아 식사를 하고, 바로 옆을 지나다니고, 함께 살고 있는데 어떻게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를 수가 있을까? 플라비 아줌마에게 말을 걸었더라면 좀더 많은 걸 알고 있을 텐데’ ..  (61, 64쪽)



  서로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로 이름을 부르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집에 살기에 따순 마음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할 테지만, 한집에 살면서 얼굴조차 마주보지 않는 사이가 있습니다. 이웃집에 살기에 넉넉한 마음이 되어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할 테지만, 이웃집에 살면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채 지내기도 합니다.


  말을 섞지 않고도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말을 나누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서로 이름을 부르지 않고,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며, 서로 마음을 기울여서 만나지 않으면, 함께 어깨동무를 하면서 삶을 짓지 못합니다. 우리는 남남이 아니니까요. 우리는 한솥밥을 먹는 사이요, 똑같은 하늘숨을 마시는 사이인걸요.



.. 며칠 전부터 베베르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베베르의 말에 따르면, “나중에 사람들이 옛날이야기를 찾으려고 할 때, 꼭 보고 싶어할” 그런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베베르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쓰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베베르는 리본으로 묶인 책 몇 권을 만들었고, 그것을 엄마에게 선물할 것입니다 ..  (93쪽)



  《베베르에게 마흔두 번째 누이가 생긴다고요?》에 나오는 베베르한테 동생이 생길까요? 베베르는 동생을 맞이하고 싶지 않을까요, 아니면 마음속으로는 저한테 ‘많디많은 누나’ 말고 ‘사랑스러운 동생’이 있어서 동생한테 이것저것 알려주고 보여주면서 기쁘게 웃고 싶을까요. 베베르는 ‘죽은 어머니’만 그리면서 살고 싶을까요, 아니면 오늘 이곳에서 ‘어머니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고 사랑을 속삭이고 싶을까요.


  내가 손을 내밀어 사랑이 싹틉니다. 내가 따스한 말 한 마디를 심으면서 사랑이 자랍니다. 내가 기쁜 꿈을 심으면서 사랑이 퍼집니다.


  사랑은 주거니 받거니 할 때에 바야흐로 사랑입니다. 말은 사랑처럼 주거니 받거니 할 때에 참으로 말입니다. 주면 줄수록 커지면서 환하게 빛나는 사랑입니다. 나누면 나눌수록 재미나고 기쁘며 신나는 말입니다. 이리하여, 예부터 이야기는 ‘이야기꽃’이라고 합니다. 4348.3.1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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