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를 건드려 주면
글을 쓰는 실마리는 늘 나한테 있다. 내가 스스로 수수께끼를 내서, 이 수수께끼를 스스로 푼다. 다른 사람이 수수께끼를 내는 일이란 없다. 나한테 궁금한 이야기는 내가 스스로 느낄 뿐, 다른 사람이 궁금해 하기에 내가 궁금한 일이란 없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하더라도 나 스스로 안 궁금하면 수수께끼가 안 된다. 아무도 안 궁금해 하지만 내가 궁금하면 나한테 수수께끼가 된다.
스스로 수수께끼를 낸다. 스스로 실마리를 푼다. 그런데, 이웃은 언제나 우리를 건드려 준다. 이웃이 우리한테 수수께끼를 내는 일은 없다. 이웃은 그냥 우리 곁에서 한 가지를 건드려 줄 뿐이다. 우리는 우리 이웃이 건드린 한 가지를 문득 깨달으면서, 그렇구나 그래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 스스로 수수께끼를 내서 나 스스로 이 수수께끼를 푼다. 4348.3.15.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