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장수풍뎅이 내 아이가 읽는 책 3
다다 사토시 글 그림, 구혜영 옮김 / 제삼기획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86



서로 아끼고 믿는 사람

― 내 친구 장수풍뎅이

 다다 사토시 글·그림

 구혜영 옮김

 제삼기획 펴냄, 2002.2.15.



  봄으로 접어들었지만, 아침저녁에는 바람이 쌀쌀합니다. 시골은 늘 그렇습니다. 저녁에는 고요히 잠드는 때입니다. 봄가을에는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하게 불면서 모두 고요히 잠들도록 합니다. 이 바람은 참으로 고마워서, 섣불리 깨어나려는 겨울눈이 조금 더 쉬었다가 씩씩하게 터지도록 쓰다듬어요. 모든 꽃과 겨울눈이 제때에 제대로 피어서 제철을 맑게 밝히도록 이끕니다.


  동이 트고 해가 솟으면 골골샅샅 따스합니다. 마당에도 집안에도 따순 기운이 스밉니다. 따순 기운을 먹으면서 풀꽃은 꽃잎을 벌리고, 온갖 새가 찾아들어 노래하며, 새봄에 깨어난 벌과 나비가 춤을 춥니다.


  아침마다 먼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이제 제비가 돌아올 날이 머지 않았네 하고.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제비가 돌아왔듯이, 올해에도 우리 집 제비가 기운차게 돌아와서 즐겁게 노래하기를 기다립니다.



.. 어느 겨울 유진이는 숲 속에서 아주 커다란 장수풍뎅이의 애벌레를 발견했습니다. “우와! 정말 크다. 이렇게 큰 애벌레는 처음 봐.” 유진이는 애벌레를 집에 가지고 가서 키우기로 했습니다 ..  (2쪽)




  제비는 우리를 믿고 돌아옵니다. 제비는 마을사람을 믿고 돌아옵니다. 제비는 이 시골자락에 먹이가 많고 포근한 보금자리가 되리라 믿고 돌아옵니다.


  오늘날에는 제비를 기다리거나 바라는 사람이 퍽 드뭅니다. 오늘날 도시는 제비가 살기에 어울리지 않으니, 도시에서는 아예 제비를 모르기도 하지만, 참새와 비둘기와 까치조차 아끼거나 사랑해 주지 않아요. 시골에서는 농약과 비료와 비닐을 엄청나게 써대느라, 제비가 돌아온들 딱히 반기지 않습니다. 제비가 돌아오건 말건 쳐다보지 않고, 제비가 집을 고치든 말든 쳐다보지 않습니다. 오늘날에도 새마을운동 물결이 채 가시지 않아, 제비집을 허무는 시골집이 제법 있습니다.



.. 한참을 놀다가 집으로 돌아간 유진이와 장수는 욕조에 들어가 목욕을 했습니다. ‘쓱싹, 쓱싹.’ “유진아! 사, 살려 줘!” 몸이 가벼운 장수는 물에 둥둥 떠서 버둥거렸습니다 ..  (18쪽)





  다다 사토시 님이 빚은 그림책 《내 친구 장수풍뎅이》(제삼기획,2002)를 읽습니다. ‘유진’이라는 아이가 숲으로 나들이를 갔다가 풍뎅이 애벌레를 보았고, 유진이라는 아이는 풍뎅이 애벌레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앞마당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어서 태어나도록 합니다. 이렇게 하고는 풍뎅이하고 함께 놀아요.


  숲에서 태어나야 했던 풍뎅이는 숲이 아닌 ‘유진이네 집’에서 태어납니다. 유진이네 집에 있는 밥을 함께 먹고, 유진이네 다른 동무하고도 어울려서 놀아요. 그런데 풍뎅이는 어쩐지 마음속으로 어딘가 그립습니다. 밤에 몰래 조용히 일어나서 마실을 다니다가 자꾸만 풀이 죽습니다.



.. 장수는 큰 도시까지 날아갔습니다. “굉장히 밝기는 하지만 왠지 쓸쓸한 곳인걸! 맛있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장수는 갑자기 유진이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  (25쪽)




  풀벌레는 풀과 함께 살 때에 가장 즐거우면서 아름답습니다. 풀짐승은 풀을 먹고 삶을 가꿀 때에 가장 기쁘면서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니, 풍뎅이가 갈 곳은 ‘도시에 있는 유진이네 집’이 아닌 ‘숲’일 테지요.


  유진이는 풍뎅이와 헤어져야 해서 아쉽지만, 풍뎅이를 숲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풍뎅이는 뜻밖에 도시에서 태어나야 했지만, 제 몸에 아로새겨진 오랜 이야기에 이끌려 숲으로 돌아갑니다. 이러면서 풍뎅이는 유진이라는 아이를 잊지 않아요. 풍뎅이한테 새로운 삶과 사랑과 꿈을 보여준 유진이라는 아이가 얼마나 곱고 착하며 사랑스러운지 알아차립니다.



.. 집에 돌아온 장수는 왠지 기운이 없었습니다. “장수야, 배 안 고파? 과일 좋아하지?” “유진아, 사실 나 숲 속으로 돌아가고 싶어.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즙을 마시고 싶어.” ..  (30∼31쪽)




  내 어버이는 나를 낳습니다. 나는 내 어버이가 지은 보금자리에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나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습니다. 내 아이는 내가 지은 보금자리에서 태어나 씩씩하게 자랍니다.


  나는 내 어버이가 지은 보금자리가 마음에 들었을까요? 우리 아이들은 내가 지은 보금자리가 마음에 들까요? 나는 언제부터 내 어버이 곁을 떠나서 내 나름대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지으려는 꿈을 키웠을까요?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저마다 어떤 꿈을 키우면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이룰까요?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보금자리를 새롭게 가꾸면서 아름답게 돌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버이 곁을 떠나서 새로운 터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지을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보금자리가 되든, 이 보금자리는 오직 사랑과 꿈이 감도는 터여야 합니다. 사랑이 자라고 꿈이 무르익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살아갈 곳입니다. 즐겁게 놀고 기쁘게 일하지요. 사랑스레 어우러지고 아름답게 이야기꽃을 피우지요. 우리는 서로 아끼고 믿는 사람입니다. 4348.3.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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