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54) 시작 68
호랑이가 떡을 먹기 시작했는데 / 길고 긴 떡을 먹기 시작했는데
《위기철-신발 속에 사는 악어》(사계절,1999) 12쪽
떡을 먹기 시작했는데
→ 떡을 먹는데
→ 떡을 먹으려는데
→ 떡을 먹으려 했는데
→ 떡을 막 먹는데
→ 이제 막 떡을 먹는데
→ 이제부터 떡을 먹는데
…
이 보기글에서는 “먹기 시작했는데”라는 말마디가 앞뒤에 잇달아 나옵니다. 똑같이 쓴 말마디라 할 텐데, 범이 떡을 ‘처음으로 먹으려는 때’를 나타내려고 ‘시작’이라는 한자말을 넣습니다. 이러한 모습이라면 “먹을 먹는데”나 “떡을 먹으려는데”로 손질하면 됩니다. ‘막’이나 ‘이제’나 ‘이제 막’을 앞에 넣어서 “떡을 막 먹는데”나 “이제 떡을 먹는데”나 “이제 막 떡을 먹는데”처럼 손질할 수도 있어요. 앞뒤를 다르게 손보면서 “떡을 먹는데 … 이제부터 떡을 먹는데”라든지 “떡을 먹으려는데 … 바야흐로 떡을 먹으려는데”처럼 적으면, 말맛이나 말결을 한껏 북돋울 만합니다. 4348.3.1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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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 떡을 먹는데, 길고 긴 떡을 막 먹는데
‘호랑(虎狼)이’는 ‘범’으로 고쳐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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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1663) 시작 71
다음날부터 바로 운반 작업이 시작되었어요. 라피와 키는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기쁘면서도 슬펐지요
《토미 웅거러/이현정 옮김-꼬마 예술가 라피》(비룡소,2014) 29쪽)
운반 작업이 시작되었어요
→ 나르기로 했어요
→ 날랐어요
→ 옮기기로 했어요
→ 옮겼어요
→ 실어 가기로 했어요
→ 실었어요
…
한자말 ‘운반 작업’을 그대로 두더라도 “운반 작업을 했어요”처럼 쓰면 됩니다. 그런데, 한자말 ‘운반’은 한국말로는 “옮겨 나르기”를 가리켜요. 그러니, 우리는 한국말로 “옮겨 나르는 일”이나 “옮겨 나르기”로 고쳐쓰면 넉넉합니다. 또는 ‘옮기다’만 써도 되고, ‘나르다’만 써도 됩니다. 짐차에 물건을 싣는 모습이라면 ‘싣다’를 써도 돼요. 4348.3.1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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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부터 바로 나르기로 했어요. 라피와 키는 동무들을 떠나보내자니 기쁘면서도 슬펐지요
‘운반(運搬) 작업(作業)이”는 “옮겨 나르기가”나 “나르기가”나 “옮기기가”로 손질하고, ‘친구(親舊)’는 ‘동무’로 손질합니다. “떠나보내는 것이”는 “떠나보내기가”나 “떠나보내자니”로 손봅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