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92) 늦꽃
늦꽃 : ‘만화(晩花)’의 북한어
만화(晩花)
1. 늦은 철에 피는 꽃
2. 제철이 지나서 늦게 피는 꽃
철에는 ‘이른철’과 ‘늦철’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른봄·늦봄’처럼 말합니다. ‘이른여름·늦여름’처럼 말하지요.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늦봄’이라는 낱말은 나오지만, ‘이른봄’이라는 낱말은 안 나옵니다. 왜 안 나올까요? 사람들이 이 말을 안 쓰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 낱말은 한국사람이 쓸 만하지 않은 낱말이기 때문일까요.
한국말사전에서 ‘늦꽃’이라는 낱말을 찾아봅니다. ‘늦꽃’은 무엇일까요? 늦게 피는 꽃이니 ‘늦꽃’입니다. 제철에 피는 꽃이 아니고, 제철보다 늦게 피는 꽃이기에 늦꽃이에요. 남녘에서 내는 한국말사전에는 ‘늦꽃’을 “‘만화(晩花)’의 북한어”로 풀이합니다. 이 낱말은 북녘말일까요? 북녘에서만 쓰는 말일까요? 북녘에서만 써야 하는 말일까요? 북녘 아니고 남녘에서는 쓰면 안 되는 말일까요? 북녘에서만 써야 하고 남녘에서는 안 쓸 만한 낱말일까요?
남녘 한국말사전에서 다루는 한자말 ‘만화’를 가만히 생각합니다. 이 같은 한자말을 쓰는 분이 아예 없지는 않을 테지만, 이러한 한자말을 알아보거나 알아들을 만한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느낍니다. 그러니까, ‘늦꽃’을 북녘말로만 삼기에는 대단히 아쉽습니다. 아니, ‘늦꽃’ 같은 낱말은 남북녘이 함께 사랑하면서 두루 쓸 낱말로 삼아야 하리라 느껴요.
늦꽃 . 늦나무 . 늦나물
이른꽃 . 이른나무 . 이른나물
늦게 피는 꽃이 ‘늦꽃’이라면 때나 철이 이르게 피는 꽃이라면 ‘이른꽃’입니다. 일찍 피는 꽃도 ‘이른꽃’이라 할 만해요. 그래서, 나무나 나물을 놓고도, 일찍 자라는 나무라든지 일찍 돋는 나물을 따로 가리킬 수 있고, 늦게 자라는 나무나 늦게 돋는 나물을 가리키는 이름을 쓸 수 있습니다.
한편, ‘늦둥이’가 있듯이 ‘늦사람’을 말할 수 있고, ‘이른철’과 ‘늦철’ 같은 말도 쓸 수 있어요. 4348.3.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