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한테 보여주는 책



  아이는 늘 어른을 바라보면서 배웁니다. 아이가 쓰는 말은 모두 어른이 쓰는 말입니다. 어른이 여느 자리에서 늘 쓰는 말이, 아이가 앞으로 여느 자리에서 늘 쓰는 말이 됩니다. 말은 책이나 한국말사전을 써서 아이한테 가르치지 않습니다. 말은 책이나 한국말사전으로 배우지 않습니다. 여느 보금자리에서 여느 살림을 꾸리는 여느 어버이가 여느 때에 쓰는 여느 말을 아이가 늘 들으면서 하나씩 받아들이거나 배웁니다.


  아이는 모든 삶을 어버이 곁에서 지켜보면서 배웁니다. 어버이가 이루는 삶은 모두 아이가 물려받습니다. 좋거나 나쁜 것이 따로 없습니다. 삶을 함께 누리는 어른과 아이요, 삶을 함께 짓는 어버이와 아이입니다.


  아이한테 보여주는 책은 아이한테 보여주는 삶입니다. 아이한테 읽히려는 책은 아이한테 읽히려는 삶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아이한테 보여줄 책 한 권을 고를 적에 ‘아이와 어버이로서 함께 지을 아름다운 나날’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한테 읽히려는 책 한 권을 살필 적에 ‘아이와 어른으로서 함께 가꿀 사랑스러운 꿈’을 헤아려야 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자리에 있는 우리들은 언제나 멋지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럽게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의무’ 때문에 이렇게 해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멋지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럽게 일을 할 때에, 스스로 즐겁기 때문입니다. 어른인 우리들은 즐겁게 살아야 즐겁고, 어버이인 우리들은 기쁘게 살아야 기쁩니다. 그러니까, 우리 어른과 어버이는 스스로 즐겁거나 기쁘게 모든 일을 하고 모든 말을 하며 모든 책을 읽힐 때에, 아이들이 즐거움과 기쁨으로 온 삶을 바라보고 맞아들여서 배울 수 있습니다. 어린이문학이 사랑과 꿈을 다룰 수밖에 없는 까닭은, 어린이문학으로 아이한테 사랑과 꿈을 보여주고 물려주면서 가르치는 삶을 함께 누려서 기쁜 웃음을 지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4348.3.8.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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