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34. 찍히는 줄 모른다
우리가 찍는 사진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찍히는 줄 모르는’ 채 찍는 사진입니다. 다른 하나는 ‘찍히는 줄 아는’ 채 찍는 사진입니다. 찍히는 줄 모르는 채 찍기에 더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찍히는 줄 알아도 얼마든지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찍히는 줄 모르거나 알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이 ‘사진에 찍히는 사람’하고 한마음이 될 때에는, 언제나 따스하면서 살가운 기운이 감돌도록 사진을 찍어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사진에 찍히는 사람하고 한마음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찍든 따스함이나 살가움은 사진에 감돌지 않습니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한마음이 될 때에는, 사진이 싱그럽게 살아서 움직입니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한마음이 안 될 때에는, 멋진 구도와 볼 만한 그림이 나오더라도 사진이 싱그럽지 않고, 살아서 움직이는 느낌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사진은 언제나 ‘작품’이 아닌 ‘마음’을 담고, 마음을 ‘이야기’로 엮으며, 이야기로 엮은 마음을 ‘기쁜 사랑’으로 서로 나누는 놀이요 몸짓이기 때문입니다.
‘찍히는 줄 모르’도록 찍는 일은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찍히는 줄 알아도 괜찮습니다. 아니, 찍히는 줄 알건 모르건 하나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찍는 사람이 찍히는 사람과 한마음으로 움직이거나 놀거나 일하면, 어떤 모습을 찍든 언제 찍든 어떻게 찍든, 참으로 재미나면서 살갑고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흐릅니다. 그러니까, ‘스냅 사진’일 때에 ‘자연스러운 사진’이 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틀로 찍는 사진이든, 내가 마음을 어떻게 기울이는지 바라볼 수 있으면 됩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기 앞서, 내 사진에 담길 사람들과 이웃으로 지내고 동무로 만나며 한솥밥 먹는 따사로운 살붙이로 어우러질 수 있으면 아름답습니다. 4348.3.6.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