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55) 빵꾸/펑크


얘 펠리야, 너무 상심하지 마라. 우리 운전수는 자동차 타이어에 난 빵꾸를 잘 고치니까, 네 부리의 구멍도 금방 땜질해 줄 거다

《로알드 달/김연수 옮김-창문닦이 삼총사》(시공주니어,1997) 86쪽


 자동차 타이어에 난 빵꾸를

→ 자동차 바퀴에 난 구멍을



  ‘빵꾸’는 일본말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펑크’로 고쳐쓰라 나오는데, ‘펑크’는 영어입니다. 이 말도 저 말도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은 ‘구멍’입니다. 이 보기글을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보기글 앞쪽에서는 일본말 ‘빵꾸’를 쓰더니, 곧이어 한국말 ‘구멍’을 씁니다.


  일제강점기부터 스며든 얄궂은 일본말 가운데 하나가 ‘빵꾸’입니다. 아직도 꽤 많은 한국사람은 이 일본말을 스스럼없이 씁니다. 게다가 이 일본말을 털거나 고쳐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은 한국말이 ‘구멍’이 아닌 영어 ‘펑크’를 써야 하는 줄 잘못 압니다. 일제강점기가 끝난 뒤 미국이 이 나라로 들어왔기 때문일까요.


 펑크를 때우다 → 구멍을 때우다

 양말에 펑크가 나다 → 양말에 구멍이 나다

 일이 엉뚱한 데서 펑크가 났다 → 일이 엉뚱한 데서 틀어졌다

 저번 학기에도 펑크를 냈던 → 저번 학기에도 바닥을 친


  한국말을 다루는 슬기로운 한국말사전이라면, 일본말 ‘빵꾸’뿐 아니라 영어 ‘펑크’도 모두 털어내거나 씻어낼 수 있도록 말풀이를 새롭게 달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아니면, 이런 외국말은 모두 한국말사전에서 빼야지요. 한국말은 ‘구멍’입니다. “모임에 펑크를 냈다”는 “모임에 바람을 맞혔다”나 “모임을 깼다”나 “모임에 빠졌다”로 고쳐쓰면 됩니다. “펑크를 냈던 과목”은 “바닥을 친 과목”이나 “낙제점을 받은 과목”이나 “바닥 점수를 받은 과목”이나 “떨어진 과목”으로 고쳐쓰면 돼요. 4348.3.5.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얘 펠리야, 너무 걱정하지 마라. 우리 운전수는 자동차 바퀴에 난 구멍을 잘 고치니까, 네 부리에 난 구멍도 곧 땜질해 줄 테니


‘상심(傷心)하지’는 ‘애태우지’나 ‘걱정하지’로 손보고, ‘타이어(tire)’는 ‘바퀴’로 손봅니다. “부리의 구멍”은 “부리에 난 구멍”으로 손질하고, ‘금방(今方)’은 ‘곧’으로 손질하며, “땜질해 줄 거다”는 “땜질해 줄 테다”나 “땜질해 줄 테니”나 “땜질해 줄 테니까”로 손질합니다.



빵꾸(일 panku) : → 펑크

펑크(puncture)

1. 고무 튜브 따위에 구멍이 나서 터지는 일

   - 펑크를 때우다 / 타이어에 펑크가 나다

2. 의복이나 양말 따위가 해져서 구멍이 뚫리는 일

   - 양말에 펑크가 나다 / 신발 앞쪽에 펑크가 났다

3. 일이 중도에 틀어지거나 잘못되는 일

   - 일이 엉뚱한 데서 펑크가 났다 / 그가 오늘 모임에 펑크를 냈다

4. 낙제에 해당하는 학점을 받음을 이르는 말

   - 그 과목은 저번 학기에도 펑크를 냈던 과목이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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