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리는 아름다운 책
우리가 책방에 들어서면서 설렐 수 있다면, 내 마음을 새롭게 지필 만한 책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책방에 들어서면서 하나도 안 설렌다면, 내 마음을 새롭게 지필 만한 책을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이 책’을 찾아서 읽어야 내 마음이 두근두근 떨리거나 기쁘게 설레지 않습니다. ‘어쩌다 저 책’을 만나서 읽으니 내 마음이 안 두근두근하지 않아요. ‘뜻밖에 그 책’을 골라서 읽기에 안 설레지 않습니다. 어떤 책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내가 마음을 기울여서 손에 쥐는 책 하나가 나한테 빛이 되고 씨앗이 되며 이야기가 됩니다.
내 둘레에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가 디딘 책방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요. 나는 나 둘레에서 무엇을 볼까요. 나는 내가 스스로 찾아간 책방에서 어떤 책을 헤아리면서 손에 쥐는가요.
내 주머니에 맞추어서 책을 고르나요? 내 마음을 살펴서 책을 만나나요? 더 값싼 책을 사려고 하나요? 삶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길에 반가운 동무가 될 만한 책을 장만하려고 하나요?
내 손에 아름다운 책을 쥘 때에 내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비싼 책이나 값진 책이 아니라, 아름다운 책을 손에 쥘 때에 내 마음은 두근두근 쿵쾅쿵쾅 뛰다가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기쁨이 넘칩니다. 마음에 꿈을 담고, 마음에 사랑을 실어, 마음에 이야기꽃으로 이루어진 숲을 짓습니다. 4348.3.3.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헌책방 언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