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한자말 205 : 부요富饒



아무것도 아니어도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부요富饒한 사람이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부유(富裕)하다와 같은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서 ‘부유’ 대신 ‘부요’를 사용한 것은 재물이 많아 넉넉한 상태라기보다 내적 충만감으로 마음이 넉넉한 상태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강현정·전성은-거창고 아이들의 직업을 찾는 위대한 질문》(메디치,2015) 85쪽


 부요富饒한 사람이다

→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다

→ 넉넉한 사람이다

→ 너그러운 사람이다

→ 넓은 사람이다

 …



  이 보기글을 보면 ‘부요’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부유’와는 다른 뜻이기에 이 한자말을 쓴다고 밝히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말하는데, 국립국어원 사전을 살피면, “부요(富饒)하다 = 부유(富有)하다”로 적습니다. ‘富裕’가 아닌 ‘富有’와 같은 한자말이라고 나와요.


  그런데,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이 보기글이든 국립국어원이든, 한자를 놓고 말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세 가지 한자말을 살피면, 셋 모두 “넉넉하다”를 뜻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한자말을 쓰던 저 한자말을 쓰든 그 한자말을 쓰든, 모두 한국말로는 ‘넉넉하다’입니다.


  한국말 ‘넉넉하다’는 “마음이 가없다”와 “돈이 아주 많다”와 “보기에 많이 있다”를 뜻합니다. 세 가지를 한 낱말로 나타내요. 그러니, 이 보기글에서는 한국말 ‘넉넉하다’를 쓰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이 보기글을 쓴 분은 아무래도 어느 한 가지를 더 콕 집어서 말하려 했지 싶어요. 그러니, 굳이 한자말을 갖고 이래저래 골머리를 앓았으리라 봅니다. 그러면, 이때에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다”처럼 적거나 “너그러운 사람이다”처럼 적으면 됩니다. ‘너그럽다’는 “마음이 가없다”를 더 짙게 가리키는 낱말이니까요.


 부요한 생활을 누리다

→ 넉넉한 삶을 누리다

→ 삶을 넉넉히 누리다

 집안이 부요해서 돈 걱정은 안 하고 살았다

→ 집안이 넉넉해서 돈 걱정은 안 하고 살았다

→ 집안이 좋아서 돈 걱정은 안 하고 살았다


  더 헤아린다면, “마음이 넓다”나 “너그럽다”를 쓰면 될 뿐 아니라, “마음이 넓다”나 “마음이 따스하다”나 “마음이 믿음직하다”나 “마음이 포근하다”나 “마음이 좋다”처럼 쓸 만합니다. 4348.3.2.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아무것도 아니어도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마음이 넉넉하다


부요(富饒)하다 : = 부유하다

   - 부요한 생활을 누리다 / 집안이 부요해서 돈 걱정은 안 하고 살았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