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388) -로부터/-으로부터 6


그로부터 봄까지 얀은 더 튼튼해졌고

《시튼/햇살과나무꾼 옮김-작은 인디언의 숲》(두레,1999) 67쪽


 그로부터 봄까지

→ 그때부터 봄까지

→ 그날부터 봄까지

→ 그 뒤로 봄까지

 …



  어느 때나 날을 살피면서 말할 적에는 ‘그때부터’나 ‘그날부터’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로부터’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처럼 ‘때’나 ‘날’이 아니라 ‘-로’라는 토씨를 ‘-부터’라는 토씨에 붙이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이렇게 한국말을 잘못 쓴 글이나 책을 읽는 사람도 이런 말투에 길들거나 물듭니다. 잘못 퍼지는 번역 말투가 걷잡을 수 없이 더 퍼지는 셈입니다. 4338.1.25.불/4348.2.27.쇠.ㅎㄲㅅㄱ


..



 우리 말도 익혀야지

 (432) -로부터/-으로부터 7


문자로부터 소외된 사람들과의 연대, 민중과 예술의 모순을 부수는 작가가 되라

《김곰치-발바닥 내 발바닥》(녹색평론사,2005) 259쪽


 문자로부터 소외된 사람들과의 연대

→ 글에서 멀어진 사람들과 함께하고

→ 글에서 따돌림받은 사람들과 어깨동무

→ 글과 책이 내친 사람들과 어깨동무

→ 글과 책을 못 누리는 사람들과 손잡기

 …



  글을 쓰거나 읽는 사람이 부쩍 늘어서 제법 많지만, 글과 동떨어지거나 멀어지는 사람도 많습니다. 학교에서는 누구나 글을 쓰도록 가르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글과 등돌리거나 짓눌리는 아이도 많습니다. 수많은 책이 쏟아지고 인터넷이 널리 퍼지기에 이 모두 두루 누리는 사람이 있는 한편, 수많은 책도 너른 인터넷도 못 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못 쓰는 사람하고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나 지식인은 책하고 동떨어진 곳에 있는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지구별에서 함께 사는 벗님이 누구인지 돌아보면서, 함께 기쁜 삶을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담을 허물고 울타리를 치울 수 있는 글을 쓸 때에, 글넋이 싱그러우면서 글빛이 눈부시겠지요. 4338.9.8.나무/4348.2.27.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글에서 멀어진 사람과 어깨동무하고, 민중과 예술을 가르는 담을 부수는 글을 쓰라

글을 못 누리는 사람과 손 잡고, 겉과 속이 다른 민중·예술을 부수는 글을 쓰라


‘문자(文字)’는 ‘글’이나 ‘글과 책’으로 손보고, ‘소외(疏外)된’은 ‘따돌림받은’이나 ‘멀어진’이나 ‘못 누리는’으로 손봅니다. ‘연대(連帶)’는 ‘함께하기’나 ‘어깨동무’나 ‘손잡기’로 손질합니다. 그런데, “민중과 예술의 모순(矛盾)”은 무엇을 가리킬까요? 민중과 예술이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가리킬까요, 민중과 예술을 “가르는 담이나 울타리”를 가리킬까요? 어느 쪽을 가리키는지 뚜렷하지 않습니다. “작가(作家)가 되라”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글을 쓰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440) -로부터/-으로부터 8


그로부터 사흘 뒤, 이번엔 부천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황안나-내 나이가 어때서》(샨티,2005) 92쪽


 그로부터 사흘 뒤

→ 그 뒤로 사흘 지나서

→ 그 뒤로 사흘 있다가

→ 그러고 사흘 뒤

→ 그러고 나서 사흘 뒤

 …



  이 보기글에서는 ‘그로부터’를 ‘그때부터’나 ‘그날부터’로 손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로 손볼 수 있는데, “사흘 뒤”라는 말마디가 곧바로 나오니, 앞뒤를 살짝 손질해서 “그 뒤로 사흘 지나서”처럼 쓸 만합니다. 또는 “그러고”나 “그러고 나서”로 첫머리를 열어도 돼요. 4338.10.4.불/4348.2.27.쇠.ㅎㄲㅅㄱ


..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52) -로부터/-으로부터 10


예로부터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고 꿋꿋이 그 길을 지켜온 진창, 숲, 벌판, 산과 함께 있었다

《리 호이나키/김병순 옮김-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달팽이,2010) 76쪽


 예로부터

→ 예부터



  ‘예’는 한 낱말입니다. 이름씨이지요. ‘옛부터’로 잘못 쓰는 분이 많은데, ‘예부터’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예부터’나 ‘옛날부터’가 아닌 ‘예로부터’나 ‘옛날로부터’로 잘못 쓰는 분이 꽤 많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니, 이 한국말사전에도 “예로부터 괴이한 전설이 하나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이 보기글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내놓은 한국말사전도 ‘예로부터’를 ‘예부터’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에서 엮은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보기글을 살피면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전(傳)하다’는 “이어지거나 남겨지다”나 “옮기어 주다”나 “물려주다”를 뜻하는 외마디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전해 내려오고”는 겹말입니다. “예부터 전설이 하나 전한다”나 “예부터 전설이 하나 내려온다”나 “예부터 전설이 하나 있다”로 고쳐야 올바릅니다. 4348.2.27.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예부터 수천 해 동안 바뀌지 않고 꿋꿋이 그 길을 지켜온 진창, 숲, 벌판, 산과 함께 있었다


“수천 년(年)”은 “수천 해”로 손보고, ‘변(變)하지’는 ‘바뀌지’나 ‘달라지지’로 손봅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